언젠가 A가 내게 말했다. "오랫동안 혼자서 생활하다 보면, 결국 한 명분의 생각밖에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외톨이로 지낸다는 게 때로는 굉장히 외로운 생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야. 외톨이로 지낸다는 건 비가 내리는 저녁에 해변에 앉아 시커먼 넓은 바다에 작은 빗방울이 스며드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야. 비 내리는 저녁에 빗줄기가 검은 바다에 섞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니? 거칠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어두컴컴한 바닷물과 뒤섞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왜 그토록 외로운 것인지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정말로 그래. 한 번쯤 보는 게 좋을 거야."
A가 내 곁을 떠나고 나서야 검은 바다를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비유할 수 없는 깊은 적막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틈엔가 나를 둘러싼 세계에서 몇 가지 색이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그 텅 빈 폐허 같은 감정의 초라한 산꼭대기에서 내 인생을 아득히 먼 곳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히던 소요들. 마치 격랑에 휩쓸리는 듯하다가 때로 깊은 바닥으로 잠수하는 그 거침없는 소리들은 스스로 의미의 테두리를 삭제하고 검게 그어진 수평선 아래로 영원히 빨려 들어갔다.
상실감이 깊어지면 마음이 범람한다고 했던 이는 누구였지? 무언가의 결락은 결국 상실이 되었고 상실의 깊은 멍은 시커먼 파도가 되어 세차게 밀려왔다. 그리고 검은 바다는 내 발치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