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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고 본 세상

교사다움을 고민하다

by 서다움

컨설턴트로서 교사들의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라”, “존중하라”...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일정도 바쁘고, 아이 한 명 한 명 존중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 말에 나도 백 번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레 나의 경험을 하나 들려주곤 한다.


딸아이가 세 살이던 해,

나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많이 주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어느 날, 지역 특산물 축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먼 지역까지 아이를 데리고 갔다.

유명한 가수 공연, 사물놀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 부스까지 가득했다.

엄청난 인파 속을 뚫고 다니며, ‘그래, 이게 교육이지!’라며 뿌듯해했다.


그런데 딸아이는 점점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덥고, 시끄럽고, 피곤했을 것이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아이를 달래며 우연히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때 나는 정말 놀랐다.

아이가 보고 있는 세상은 내 상상과 너무나 달랐다.

그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건…

축제의 화려한 무대도, 흥겨운 사물놀이도 아니었다.

그저 수많은 사람들의 다리와 엉덩이, 앞사람의 배낭, 어수선한 소리뿐이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아이에게 경험을 준 게 아니라, 견뎌내게 하고 있었구나.’


그날 이후, 나는 축제를 멀리하게 되었다.

대신 아이와 함께 인근 공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 민들레 홀씨를 불고,

개미를 따라다니고, 주워온 돌로 성을 쌓았다.

화려한 경험 대신, 조용한 몰입의 순간들을 소중히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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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교사들에게 나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눈높이요? 무릎을 꿇고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 그게 교사다움 아닐까요?”


"존중하라"는 말은 단순한 지침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태도이다.

그 존중은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조용하고 낮은 자세에서 시작된다.


나는 아직도 그 무릎의 높이를 기억하며, 교사다움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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