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의 ‘살아내기’가 시작된 순간
퇴근 후 늦은 밤,
현관에서 삐리리, 삐리리.
벨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조용해지나 싶으면
쿵쿵쿵.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내일까지는 나가주셔야 합니다.”
낯선 남자가 밤마다 찾아와
우리 집에서 나가달라고 외친다.
하지만 분명, 여긴 내 집인데.
세 돌을 갓 지난 딸과 나는
숨이 멎을 듯한 공포 속에
며칠을 버텼다.
아이 아빠는 한 달째 연락이 끊겼고...
문 앞 그 남자는 경매로 집을 낙찰받았다며
비밀번호와 보조 열쇠를 요구했다.
“집을 비울 때까진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말도 남겼다.
갈 곳도,
기댈 곳도 없이,
이 모든 상황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결국,
나는 조용히 비밀번호와 열쇠를 건넸다.
그러나 불안은 더 커졌고, 공포는 더 짙어졌다.
그리고 그날밤,
나와 아이는
옷가지 몇 벌만 챙겨
무작정 어딘가로 떠났다.
며칠은
허름한 모텔에서 머물렀다.
다행히 아이는
이 상황을 여행처럼 받아들였다.
모험처럼 여긴 듯
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둘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하지만,
나는 살아내기로 했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조용히 일어서기로 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온 힘을 다해 몰두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물론,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내일은 또 다른 내일로
언제나 찾아왔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이 삶에서,
조용히,
흔들리면서도...
나는 그렇게
나답게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