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인사처럼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내가 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아주 다른 성향의 두 교사가 있었다.
A교사는 상냥하고 친절하기로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했지만,
아이들에겐 다소 엄격하게 자조와 규칙을 가르쳤다.
B교사는 담백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부모를 대했지만,
아이들에겐 유난히 관대하고 따뜻하며 다정했다.
아이들이 졸린 눈을 비빌 때, 살며시 무릎에 눕히는 교사.
아이가 실수했을 때 가장 먼저 다가가 등을 토닥여주는 교사.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도 아이를 안아주고, 함께 뒹굴며,
볼에 뽀뽀를 아끼지 않던 교사였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A교사를 더 좋아했다.
어느 날, B반의 한 부모가 반 편성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교사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유였다.
아침 등원 시간, 귀가 시간에 건네는 말투가 퉁명스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나는 B교사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보여주고,
교실을 개방해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CCTV가 있던 시절이 아니어서
오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았다.
노력 끝에 결국 그 부모는 그대로 졸업까지 B교사와 함께했고,
그 일은 나와 부모만 아는 조용한 에피소드로 남았다.
세월이 지나 컨설팅을 하며,
나는 같은 고민을 털어놓는 원장님들을 자주 만난다.
“그 교사는 정말 아이를 예뻐하고 진심이 느껴지는데,
부모들이 퉁명스럽다고 싫어해요.
그 반에 유난히 불평이 많아요.
물병 하나만 놓고 가도 ‘교사가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네요…”
그날 오후,
교사회의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는 친절한 교사를 좋아해요.”
한 교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가 백화점 직원도 아니고, 꼭 그렇게까지 친절해야 하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부모는 우리의 고객이에요.
중요한 건 ‘부모에게 친절한 교사’가 아니라,
그 친절을 보고 ‘아이에게도 저렇겠구나’ 하고 믿게 되는 과정이에요.
부모가 교사를 신뢰하는 순간부터
아이도, 교사도, 모두가 편안해져요.
그 시작이 바로 일상 속 작은 친절이에요.”
말이 끝나자, 교사들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겠지만…
부모도 결국,
아이처럼 이해받고 싶은 존재다.
그걸 먼저 알아봐 주는 사람이, 교사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여는 인사처럼 사소한 순간에도 교사다움은 조용히 신뢰를 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