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아이의 첫 번째 교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그들의 말투, 행동, 표정, 놀이 속 대사 한마디에는
아이의 눈에 비친 ‘가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거울 앞에 서게 된다.
교사 시절,
나는 아이들을 통해 수많은 ‘가정의 풍경’을 마주하곤 했다.
아이들은 참 솔직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몸짓과 놀이 속에서 그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어느 날,
역할놀이를 하던 한 남자아이는
비틀거리며 술에 취한 아빠 흉내를 냈다.
옆에 있던 여자아이는 앞치마를 두르고
“당신 때문에 내가 못살아”라고 말하며
남자아이를 부축해 눕히고,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두 아이는 서로 다른 가정의 아이였지만,
그 장면은 마치 짜인 대본 같았다.
다툼이 생긴 남자아이가 욕설을 퍼붓는 일이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따로 불러 욕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를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알아요. 아빠가 운전할 때 화나면 해요.”
만들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젠장”이라고 소리치는 아이,
작은 일에도 “진짜, 내가 못살아!”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아이,
이 모습은...
교실이 아닌,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가끔은 부모들이 찾아와
“우리 아이가 집에서 욕을 했어요.
도대체 누가 우리 아이한테 이런 말을 가르쳤나요?”
라고 묻는다.
물론, 아이들은 또래를 통해 모방하며 배우기도 하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되묻고 싶다.
우리 아이는 나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내 말투,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의 몸에 새겨진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
아이는 말보다 삶을 따라 배운다.
아이 앞에서의 나,
그 진짜 모습이
바로 ‘부모다움’의 시작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부모의 ‘진짜 모습’을
아이를 통해 배운다.
그리고 다짐한다.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부모다움을 살아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