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앞에 선 리더, 과거의 나를 마주하다.
내가 운영하던 유치원을 정리한 이유는
미래를 향한 더 큰 꿈을 위한 결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원아 모집의 어려움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우리 원은 부모들의 입소문으로 자리를 잡았고,
나는 나름의 운영 철학과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어느 해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원아 모집 문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듯 말했다.
“요즘은 국공립이 너무 많아졌잖아.
새 건물에, 교육비 부담도 없고… 다 국공립 때문이야.”
그렇게 나는 세상을 원망하며,
조용히 원을 정리했다.
요즘 나는 다양한 기관을 방문하며
그때의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원장님들을 자주 만난다.
“우리 시설이 좀 낡았을 뿐이지,
프로그램은 수십 년간 부모님들한테 인정받았어요.
진짜 자신 있어요.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그걸 몰라요…
예전엔 아이들이 100명이 넘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진심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
“원장님, 혹시 시대의 변화를 마주하며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한 번은 딸과 함께
‘국수 맛집’이라 소개된 골목을 찾아가
무려 1시간 넘게 줄을 선 적이 있다.
지쳐서 결국,
옆 골목의 한적한 국숫집에 들어갔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긴 사람도 없는데, 왜 저긴 저렇게 줄을 서요?”
하얀 머리카락을 단정히 묶어 올린 주인 아주머니는 국수를 내오며
말없이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맛은 다 비슷해요.
저기도 예전에 나한테 배워 나간 사람들이에요.
우린 인터넷도 못 하고, 인스타인가 뭔가 그런 것도 못 하니까…
그게 다죠, 뭐.”
국수를 맛있게 먹고 나오는데,
딸이 팔짱을 끼며 나직이 말했다.
“엄마, 그러니까 맛이 어떻든, 결국 결과는 다르잖아.
요즘은 시대 흐름을 따라가야지.”
그 말이 마음을 콕 찔렀다.
그때 나는 몰랐다.
스스로를 분석하지 못했고,
세상을 탓했다.
물론, 저출산과 경쟁 심화로
원아 수 감소는 불가피한 시대 흐름이다.
하지만
몇 년째 그대로인 빛바랜 환경판,
오래된 사진 게시물,
반복되는 행사와 연간 계획안,
지면으로만 제공되는 가정 연계 자료들…
그 앞에서 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때의 나처럼,
‘변화를 회피한 채 진심만을 붙들고 있는 원장님들’에게
조용히 전할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볼 때가 왔습니다.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리더의 책무입니다.
진심과 자부심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이제 필요한 건,
변화에 열린 태도와
그 변화를 유연하게 이끌어가는
새로운 리더다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