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중심 교육, 부모와 함께 이해하는 길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종종 이렇게 말한다.
“영유아 중심, 놀이 중심 교육, 이론도 배우고 연수도 받았지만
막상 실천은 너무 어렵습니다.”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부모님 때문입니다.
블록만 가지고 노는 사진을 보내면 왜 블록만 하느냐며 불평합니다.
그래서 억지로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색종이를 접는 모습을 찍어 보내고,
아이의 흥미보다는 부모 눈치를 보며 계획을 바꾸고,
블록 놀이는 그만두게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
그럴 때 나는 조용히 묻는다.
“혹시, 부모 탓만 하고 있지 않은가요?”
부모와 교사의 교육관 차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많은 부모는 지식과 성과 중심의 교육을 바라기에 ‘놀이’는 느리고 불확실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교사들은 ‘이해받지 못함’에 지치고, 설명을 포기하며 놀이를 축소한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부모가 아니라, 교사 스스로의 ‘설명할 힘’이다.
부모를 설득할 전문성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교사가 놀이 중심 교육에 대해 명확한 이해와 확신이 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머님, 요즘 우리 아이가 블록 놀이에 푹 빠져 있습니다.
작은 손길마다 호기심과 배움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제는 블록을 차곡차곡 쌓으며 길이와 높이를 비교하는 수학적 탐구를 했고,
오늘은 색깔별로 나누며 탐색과 분류의 즐거움을 경험했습니다.
내일은 그 블록으로 만든 작은 식탁에 친구들을 초대해 역할놀이를 하며
사회관계와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속에서 전인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듣는 부모는
‘단순한 블록 놀이’ 안에 담긴 아이의 배움과 성장 세계를 이해하고 안심하며,
교사에 대한 신뢰를 쌓는다.
결국 교사는 아이가 머무는 놀이를 ‘그저 노는 시간’으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배움의 씨앗을 찾아내고 키우는 사람이다.
아이의 탐색 영역을 넘어 책, 인형, 자연물 등으로 놀이를 확장하고
깊이 연결해 주는 것이 교사의 ‘교수적 민감성’이며,
아이 곁에 선 교사의 역할이다.
컨설턴트로 수많은 현장을 돌며 나는 종종 묻는다.
“놀이의 중심은 누구인가요?”
“지금 아이가 하는 놀이가 어떤 배움으로 이어지고 있나요?”
부모는 아이가 잘 놀고 잘 배우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 기대는 부담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부모의 요구는
교사의 길을 막는 ‘벽’이 아니라, 전문성을 펼칠 ‘문’ 일 수 있다.
아이의 놀이를 깊이 이해하고, 그 의미를 읽어내며,
따뜻하고 단단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힘.
그것은 부모 탓이 아니라 교사의 역할에서 시작된다.
그 힘이 바로, 교사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