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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아직 나의 품이 필요했어요

존재를 먼저 품어줄 때, 아이는 세상을 향해 눈을 뜬다

by 서다움

“컨설턴트님, 이 아이는 입학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 하루 종일 울어요.”


“흥미로운 놀이도 주고,

친구랑 놀게도 해봤는데요…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조용히 덧붙여진 말.


“솔직히… 좀 밉기도 해요.”


1세 반 담임 선생님이 울먹이며 내게 말했다.


그 아이는 매일 아침 등원하면 울고,

시간이 지나도 엄마를 찾고,

놀이에도 친구에게도 관심을 두지 못했다.


교사는 안아주었고, 다정히 말해주었고,

시도할 수 있는 놀이와 친구 관계도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교실 한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울거나,

양팔을 벌리고 울면서 교사를 따라다닌다.


file_000000000fd8622f89ebe95e16f8ef13.png AI 생성 이미지


나는 선생님에게 천천히 말했다.

“사람은 존재의 욕구, 관계의 욕구, 성장(놀이)의 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심리학에서도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이나 애착 이론에서,

안전감과 신뢰가 먼저 채워져야 관계와 학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하거든요.”


“여긴 안전해.”

“여긴 편안해.”

“너의 존재를 인정해.”


이 ‘존재의 욕구’가 먼저 채워져야 해요.


그 아이는 지금

교실이 낯설고, 무섭고,

자기 감정을 감당하기 힘든 상태예요.


그런데 우리가 거기서 바로 관계를 요구하고,

성장(놀이)까지 바란다면…


그건 아이에겐 너무 벅찬 일이죠.


존재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아이는 세상에 집중할 수 없어요.


교사의 말은 공중에 흩어지고,

친구도, 놀잇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해줘야 할 일은,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것.


말없이 안고,

말없이 토닥이고,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일.


그리고 조용히 말해주는 것.

“여긴 안전해.”

“내 품은 괜찮아.”


ChatGPT Image 2025년 8월 19일 오전 12_16_10.png AI 생성 이미지


두 달 뒤 다시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그 선생님이 내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아이 한 명이 교사의 품에 안긴 채,

한쪽 눈만 살짝 떠서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컨설턴트님, 드디어… 그 눈을 떴어요.”


나는 웃었다.


그 눈은 ‘관계’를 시작할 준비가 된 눈이다.


곧 “친구야 안녕?”도 할 것이고,

놀잇감도 하나씩 손에 쥘 것이다.


존재를 먼저 안아주는 것,

그게 교사다움이다.


안아주는 품에서 관계가 시작되고,

관계 속에서 성장이 자란다.


“놀이보다 먼저 필요한 건,

그 아이가 ‘존재해도 괜찮아’라는 신호였다.”


그렇게, 그 아이는 울음을 멈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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