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자주 꾸는 사람의 꿈 고찰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거의 매일 꾸는 것 같다. 이것은 분명 잠을 깊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고통을 헤아려 주고자, 신이 만들어준 선물임이 틀림없다. 평소 온전치 못한 정신상태만큼 꿈 내용도 아주 뒤숭숭한 편이다. 또한 꿈이 무의식의 투영이라 하지 않은가? 꿈에서는 생전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신기하게도 그런 꿈을 꾸고 나면, 생전 처음 본 그 인물에 대한 마음이 종종 바뀌기도 한다. 최근에 꾼 꿈은 '현직 대통령', '현직 아이돌', '친하지 않은 후배'가 등장했다.
가장 어이없는 현직 대통령이 나오는 꿈애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일단 정치적으로 어떤 선호도 없고, 평소에 당연히 그분을 생각할 일도 없다. 그저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처럼 꿈에서 등장한 것뿐이다. 배경은 평상이 있는 시골집이었다. 나는 구석에 앉아있고, 현직 대통령과 그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양주를 먹고 있었다. 푸른 병의 양주였다. 나는 그냥 쳐다보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 현직 대통령이 나에게 "청년 이리 와서 같이 먹지, 어차피 우리 둘이 먹으면 다 남겨"라고 권했다. 그래서 옆에 앉아 술을 마시는데,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현직 영부인이 과일을 들고 오는 게 아닌가. 그렇게 대충 꿈은 마무리되었다. 그 후로 뉴스에서 현직 대통령을 볼 때마다 뭔가 친근한 기분이 들었다. 같이 술 한잔 한 아저씨 같은 감상이다. 물론 정치적 평가는 전혀 아님을 밝힌다.
하지만 여기서 또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만난다.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 가수를 만날 수도 있다. 비단 사람뿐 아니라 문화재나 자연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만난 후에는 다시 혼자가 된다. 하지만 우리의 뇌에, 아마도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저장될 뿐 남는 것은 없다.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꿈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어디에 저장될까? 사회교육을 전공한 나는 당연히 모르지만, 아무래도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동일한 공간에 저장되지 않을까? 즉 현실에서 누구를 만나든, 꿈에서 누구를 만나든 남는 기억은 동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기억이 남아 있느냐를 기준으로 한다면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은 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서술했듯, 콘서트에서 본 가수나, 자연물처럼 현실에서도 일방향적인 기억만 존재한다면 차이는 점점 모호해진다. 예를 들어 당신이 사진에서 본 그랜드 케니언을 꿈에서 걸어 다녔다고 해보자. 너무 인상적인 꿈이라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고, 그것을 어딘가 메모까지 해두어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친구는 10여 년 전 그랜드캐니언에 다녀와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둘의 기억을 비교해보자면, 오히려 당신 쪽이 생생할지도 모른다.
여기쯤 오면 몇몇은 '그렇긴 하네'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눈썰미 좋은 몇몇은 '꿈에서 만난 사람, 풍경, 등은 자신의 상상이 만든 것이니 왜곡이 심하기에 실제와 전혀 다르다'라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현직 대통령이 내가 꿈에서 본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만약 두 번째 기억이라고 가정하면 어떨까? 나는 19년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그때의 기억을 기반으로 22년 어제 제주도를 여행하는 꿈을 꾼 것이다. 이런 나와, 그냥 제주도를 얼마 전까지 해서 두 번 다녀온 나의 친구가 가진 기억이 다를까? 사람 역시 콘서트에서 본 가수는 현실에서도 실체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꿈에서 보든 현실에서 보든 볼 수 있는 모습은 아주 단편적이며, 노랫소리나 그의 외모 정도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역시나 꿈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재현될 것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구운몽, 통속의 뇌, 메트릭스 수많은 키워드들이 스쳐 지나간다. 애초에 우리는 이런 주제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즐거운 것은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재미난 꿈들을 꿀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