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크림을 얼린 것. 샤베트에서 출발했다고 전해지는 세계인의 여름 간식이자, 그 시절 어린이들의 배탈에 약 90퍼센트를 차지한 발병원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마트에서 뭉텅이 번들로 아이스크림을 사면 취향과는 사뭇 다른 아이스크림들이 섞여있었다. 당시에 소다맛에 빠져있던 필자는 뽕따를 좋아했으나, 어쩔 수 없이 같이 담겨있던 바밤바나 비비빅에도 손을 대고 말았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른바 '고전'아이스크림을 사랑하는 젊은 노인이 되어버렸다.
유년을 조금 더 짚어보자면, 그때는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있어도 부모님은 자주 드시지 않았다. 초등 국어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희생적인 부모님의 모습을 상상하던 나는, 나와 형을 먹이기 위해 아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양보하는 우리 부모님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있어도 꺼내기도 씹기도 귀찮아져 버렸고, 그때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최애 아이스크림을 꼽자면 단연 아맛나. 그 뒤로도 비빅과 캔디바 등 '고전' 아이스크림이 주를 이룬다. 이것들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맛이라기보다는 그 단단한 식감과 형태 때문이다. 다니던 학원 앞 슈퍼는 냉동고가 부실한지 아이스크림이 자주 녹아있었다. 그래서 요맘때 같은 크림?(야들야들) 아이스크림을 사면 형태가 볼품없게 변했고, 식감도 별로였다. 하지만 아맛나 당신만큼은 돌얼음처럼 단단하고, 아이스크림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모양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아맛나를 사 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단골 식당을 찾듯 가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면, 주저 없이 아맛나를 고르곤 했다.
아이스크림은 가격이 참 변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도 500 원하던 것이 지금도 500원 하는 것 같다. 가격을 그대로 하면서 크기를 줄이는 전략을 택한 건지 그 크기는 많이 변했는데, 이제는 내 손바닥 보다도 훨씬 작아져 마음만 먹으면 한입에도 먹을만한 앙증맞은 친구가 되어버렸다.
"아이스크림 너무나도 맛이 있어서 하나 먹고 두 개 먹고 또 먹었더니 꼬르륵 x3 탈이 났어요~"
이제는 아이스크림 세 개는 무슨 여섯 개를 혼자 먹어도 배탈은커녕 소화불량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아이스크림으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쓰다 보니 옛 생각도 나고 좋은 듯하다. 아이스크림만큼 유년, 어린이, 아동과 잘 맞는 주제가 있을까 싶다. 여러분의 최애 아이스크림을 떠올려보며, 그런 아이스크림을 10개씩 사도 지갑이 끄떡없는 어른이 된 자신을 비교해보자. "나 조금은 성장했을지도." 하는 충만함과 성인 됨을 느끼며 말이다. 그리고 그 열개 중 세 개 정도를 한 번에 먹어보라. 배탈도 나지 않는 커버린 자신과 아이스크림을 세 개씩 먹어도 무어라 하는 사람이 없는 외로운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은?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배탈 날까 걱정해주던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거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했듯이 지금은 그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당신도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