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우리들의 친구 죽음

한 번쯤 해보는 식상한 이야기

by 오로롱도로롱


죽음에 대해 논하는 것은 매우 식상하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논했고, 우리는 죽기 전까지는 그들의 해답을 발견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가설들이 병렬적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셈이다. 종교적 차원에서의 죽음은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도 하는데, 극락왕생이나 천국과 같은 유토피아를 그린 것을 보아, 종교를 처음 믿기 시작한 사람들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컴퓨터로 치면 전원 버튼이다.(종교적인 시선을 제외한다면) 당신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든, 얼마나 대단한 위인인지, 얼마나 추악한 악인인지 상관없이 죽으면 모든 삶은 종료된다. 혹자는 이름, 기억, 채무, 자산 등이 남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 남는 것이지 죽은자와는 관련이 없다. 즉 내가 죽으면, 이 세상이 끝난다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이는 돌려서 우리가 남을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사람을 죽인다면 그것은 거대한 세상에서 아주 조그마한 존재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하나를 지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 주변의 슬픔은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죽음은 무척 가까이에 있다. 당장 자신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창문을 열고 한 걸음 내딛는 것만 해도 당신은 죽을 수 있다. 죽음에 대해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가설을 방구석백수인 내가 증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신기하지 않은가. 어떤 유명한 철학자도 내리지 못한 결론을 누구나 쉽게 내릴 수 있다. 아주 짧고, 아주 간단하게. 하지만 문제는 정답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죽음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고 문단을 시작했으니 이 이야기를 더 해보도록 하겠다. 아파트,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농약, 칼과 노끈 등 죽을 수 있는 방법은 너무 간단하고 도처에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죽는 건 일도 아닌 것이다. 무섭게 상상해보면 우리는 구태여 살인자가 아니라도, 우리 몸속에 잠재적 살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흉기가 도사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위험한 세상에서 아주 평화롭게 존재하고, 이 평화는 죽음을 망각함으로써 유지된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많은 이들은 평화롭다. 거기에 더해 아주 낙관적인 기대를 하기도 한다. 죽음은 아주 우연찮게 찾아오기 때문에 대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차량이나 갑작스러운 질병, 심지어는 등산에서 마주치는 독사나 빙판길에 머리를 부딪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걸음걸음마다 사방을 살피는 노루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아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연금을 받기 위해 공무원이 되기도 하며, 노년에 잘 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한다. 즉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주 비관적인 사람은 어떨까? 죽음이 당장 내일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다. 돈은 벌어 무엇하고, 건강은 챙겨 무엇하나. 내 세상은 곧 꺼지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허무를 조금이나마 극복하는 것은 죽기 직전까지의 삶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래를 아예 배제하고 지금의 쾌락에만 집중한다면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후회 없는 삶이라 자위하며 눈을 감을 수 있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관점에 따라 누군가는 미래지향적인 삶을 택하고 누군가는 당장의 쾌락을 추구하는 쾌락주의적인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바로 죽음이 삶을 결정하는 것이다.


뭐 대단한 얘기를 하려고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마치 우리가 숨 쉬는 것, 혀를 위치시키는 것,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죽음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내면 문제가 없지만 괜히 인식하게 되면 신경 쓰이는 주제다. 그래도 이 죽음에 대한 관점은 삶을 바꿀 만큼 중요한 고민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곰곰하게 생각해보는 편이 좋다. 물론 당신이 종교인이라면 이미 정답이 있겠지만, 비종교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당신 스스로 답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무섭다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컴퓨터 앞에 앉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지?" 정도로 생각해보면 좋다. 필자는 아마 그런 컴퓨터 앞에선 뭔가 대단한 것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언제 종료되어도 미련이 없는 지뢰 찾기 정도를 플레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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