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로롱도로롱 May 13. 2024

꼴랑 교사 1년 해보고 적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필자는 작년 3월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공립고등학교에 발령을 받아 1학년, 3학년을 가르쳐왔다. 교직경력으로 치면 젖먹이 뉴비지만, 고교시절 기억을 더듬어 수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리고(?), 지방 사립고와 서울 공립고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을 살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 구성원의 문제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 필자의 편견 속의 서울 교육은 엄청난 사교육으로 이미 선행학습을 풀로 뗑긴 미친 사교육 괴물들이 교실에 우글우글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방에서 학교를 나온 나는 솔직히 주변에 다닐만한 학원도 많지 않았으며, 비평준화 제도로 인해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보다는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므로 나 때의 구성원보다 학업적으론 훨씬 뛰어난 학생들로 채워져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글쎄 전혀 아니다. 내 고향에 있는 학교가 특별히 공부를 잘하거나 대단한 전국단위 사립고가 아니었는데, 지금 일하는 학생들보다 몇 배는 똑똑하고, 학업에 대한 열의가 있다.(이게 진짜 중요함)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나 싶었는데, 그 이유는 서울의 공립고등학교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서울은 기본적으로 평준화이지만, 자사고와 외고 등 특별고가 많이 포진해 있다. 따라서 중학교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친구들 대부분 자사고나 외고에 진학하고 나머지 구성원이 평준화 랜덤박스에 들어가 고등학교를 고르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지망제'가 들어가는데, 입학정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립고들이 막강한 재원을 바탕으로 입시전략과 시설을 정비하고 이에 유인을 느낀 학생들은 사립학교 진학을 선호한다. 때문에 특별고 진학자를 제외한 학력우수자들 역시 사립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공립학교에는 몇몇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마저도 자의가 아닌 경우가 많다)만 진학한다. 또한 여담으로 공립고는 학생들을 받을 때 거절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일탈학생들의 복학이나 전학을 막을 수 없고 이 역시 종종 교내에서 면학분위기 등을 조성하는데 어려움을 주기도 하며 사립학교 선호에 일조한다.

즉, 공립학교는 입학부터 사립학교나 다른 특별고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으며, 보통 입학성적과 졸업성적은 비례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며 이를 보고 중학교 졸업 후 진학교를 고민하는 학생, 학부모들의 사립학교 선호현상은 강화되는 것이다.


2. 수직적인 하달식 교육과정


공립학교는 국가가 운영하는 만큼 국가가 지정한 교육과정에 순종적일 수밖에 없다. 보통 교육부 - 교육청 - 지원청 순서로 하달되는데, 현장과는 동떨어진 '이상적'교육과정인 경우가 많다. 가령 고교학점제를 예를 들어보면 학생들의 선택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전공과 연계된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며, 대학과목처럼 학기제 이수를 하게 만든다. 게다가 대학처럼 유급이나 재수강 제도도 있다. 겉으로 봐선 별 문제가 없는 좋은 제도 같지만 현장에 적용했을 때는 여러 가지 당연히 예측가능한 문제가 생긴다. 첫째로, 그런 전공강의를 잔뜩 열어달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 1인당 할 수 있는 강의의 종류는 한정되어 있다. 어떤 교수도 한 학기에 수업 4~5개를 하진 않는다. 입시제도의 특성상 변별력 있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까지 준비해야 하는데 교사당 3~4과목씩 맡게 되면 시험 문제만 1년에 300개씩 내야 한다. 그것도 기출이 아니라 새롭고 변별력 있는 문제들로 말이다. 거기에 학기제 이수가 되면 어떤가. 동일한 과목을 1,2학기 개설하면 첫날 대충 구성원을 보고 전교 1,2등이 있으면 누가 그것을 들으려고 하겠는가. 가뜩이나 과목수가 많아지면 분반당 학생수가 줄어드는 만큼 등급에 민감한 학생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 교육부에서는 이를 의식하고 처음엔 절대평가로 전면 변환할 것을 약속했으나, 입시기조에 금세 무산되어 상대평가로 결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유급이 되면 졸업생이 적체된다. 대학에서는 가능하지만 고등학교에서 졸업을 안 시킨다는 것의 의미는 여간 대단한 게 아니다. 유급을 당할 바엔 자퇴를 하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몇 과목 성적으로 유급을 시켜버리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이는 내가 대단한 교육자여서가 아니라 현장에 누구라도 예측가능한 문제이며 교육부가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범의 꼬리를 잡고 있으면 놓을 수 없듯이, 여기까지 진행된 정책을 없앨 순 없기에, 미봉책과 낙관적 기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려나~ 하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아무튼 해봐' 식의 하달식 교육과정은 실효성이 없다. 이것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특목고나 자사고가 더욱이 성장할 발판을 주는 격이며, 이러고 몇 년 뒤에 기조가 바뀌어 금세 변하면 국민들에게도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를 잃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제 2회 스피드 백일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