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거울을 보았다

맨드리 김희주

by 맨드리김희주

현관 앞 귀퉁이에 거미줄이 날 반긴다

눈인사를 할까 하다 움찔했다

부동산 방 보러 온 사람처럼 긴장이 된다

현관문 비밀번호가 그대로라 반갑다


쾌쾌한 먼지가 쌓였는데 모래그림을 그려도 되겠다


부엌 개수대에 설거지 거리가 있는지 쓱 보았고

처음 열어본 사람처럼 냉장고를 열어 둘러보았다

화장실의 불을 켜서 변기에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안방 가구 배치가 변한 게 없는지 들어갔다 나왔다


훔쳐 갈 것 없었는지 도둑 든 흔적이 없어 살짝 아쉽다


비어있던 여기는 내가 있던 곳이고

내가 있었을 때는 빈 공간이 아니었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세상이 무너질 줄 알았지만

세상은 그대로 잘 돌아간다


이제서야 돌아왔다 이제서야 거울을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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