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진실을 본다
1974년 11월 13일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이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전통 카피야(keffiyeh)를 머리에 두르고 카키색 전투복 차림으로 유엔 총회장 포디움 앞에 등장했다.
그는 세계인을 향해 진지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호소력 충만한 어투의 강렬한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나는 한 손에 올리브 가지를, 다른 한 손에는 자유 투사의 총을 들고 이 자리에 섰다. 내 손의 올리브 가지가 땅바닥으로 내 벼려지지 않도록 지원해 달라”
아라파트는 실제로 허리에 권총집을 차고 있었다. 유엔 연단에 무장한 채 등장한 지도자는 그가 처음이었고, 이는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강렬한 제스처로 각인되었다.
아라파트 의장은 팔레스타인 아랍 민족의 자결권과 독립을 주장하고 PLO를 팔레스타인의 유일한 합법 대표로 인정해 주기를 호소했다. 아울러 PLO가 더 이상 불법적 테러 조직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당사자로서 대화의 상대로 변신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었다.
총회장을 매운 각국 대표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아랍 국가들은 아라파트의 연설을 열렬히 환영하며 PLO가 팔레스타인의 유일한 합법 대표라고 환호했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의 연설을 적대적이고 선동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PLO는 무장 단체일 뿐이며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74년 11월 22일 유엔 총회는 결의안 3237호를 통해 PLO를 비회원국 옵서버 단체로 인정했다. 결의안은 찬성 95개국, 반대 1개국(이스라엘), 기권 29개국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국제사회가 PLO를 팔레스타인 아랍 민족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엔은 회의장에 ’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이라는 명패를 놓고 PLO 대표의 자리를 마련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자결권과 독립권, 난민의 귀환권을 인정하는 결의안 3236호를 채택했다. 결의안은 89개국이 찬성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포함한 8개국이 반대했으며 37개국이 기권했다.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치적 권리를 공식화한 첫 번째 문서가 되었다.
유엔 총회 결의안 3236호와 3237호 모두는 아랍 국가들, 특히 알제리, 이집트, 쿠웨이트, 시리아, 이라크 등이 중심이 되어 제안한 것이었다. 이들은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통해 이미 PLO를 팔레스타인 민족의 유일한 합법 대표 기구로 인정한 상황이었다. 서방 국가들이 포함된 유엔 무대를 통해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민족의 권리와 특히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을 명문화할 수 있도록 활발한 외교교섭 활동을 전개한 성과였다.
PLO를 테러단체로만 간주해 온 미국은 아라파트 의장의 연설과 유엔의 결정에 별다른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여러 평화 협상에서 PLO를 팔레스타인 문제의 당사자로 인정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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