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진실을 본다
유엔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
2011년 9월 23일 압바스 수반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앞 서한을 통해 1967년 6월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한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고 유엔에 가입해 주기를 요청했다. 1967년 6월 이전의 국경선 기준이란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군이 점령 이전의 가자지구,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을 의미한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에 팔레스타인인 국가 승인 요청서를 송부하고 심의를 요구했다. 유엔 헌장 제4조는 신규 회원국 가입 조건으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이사국 9개국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보장이사회의 추천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국가는 우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당사자 간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국제사회가 먼저 나설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엔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과 회원국 가입 절차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다음 해인 2012년 유엔총회에서 압바스 수반은 유엔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유엔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non-member observer state)로 받아 주기를 호소했다. 유엔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는 유엔에서 표결권은 없으나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 지위로, 자치정부의 외교적 활동 범위를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었다.
압바스 수반은 옵서버 국가 승인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하고 총회장 연단에 올라 “유엔이 팔레스타인인에게 출생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라고 연설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엔 총회장에 참석한 많은 회원국 대표가 그의 절박한 호소를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표결을 앞둔 시점에서 회원국 간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졌다. EU 등 서방 국가와 아랍 국가들은 결의안 채택을 지지하며 다른 국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결의안 반대 입장을 설득하며 여타 국가들이 결의안에 찬성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많은 나라의 대표들은 국제사회의 정의와 자국의 실익 간에 접점을 찾느라 표결 직전까지도 고민을 이어갔다. 결국 결의안은 찬성 138개국, 반대 9개국, 기권 41개국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되었다. 우리나라는 기권했다.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 결의안은 평화를 후퇴시키는 일방적 조치”라며 격앙된 어조로 표결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 대표도 “이 표결은 평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유엔의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로 격상되었다. 유엔은 총회장에 ‘State of Palestine’(팔레스타인국)이라는 명패를 놓았다. 유엔의 공식 문서에서 Palestinian National Authority는 State of Palestine으로 대체되었다.
압바스 수반은 모든 공문서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신 팔레스타인국(State of Palestine)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을 지시하고, 해외의 대표 사무소를 통해서도 국제사회가 외교문서에 State of Palestine으로 표시해 주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가 명칭은 유엔의 회원국 또는 비회원국 옵서버 지위와는 별개의 문제로, 해당 국가의 헌법과 국제법이 규정한 법적 조치가 전제되어야 했다.
일부 국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State of Palestine이라고 표기하기 시작했지만,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 등 많은 나라는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옵서버 국가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alestinian National Authority로 표기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자치정부는 비록 표결권은 없으나 유엔총회와 유엔의 각종 회의에 참여하고, 유네스코 등 유엔 전문기구에 가입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졌다.
압바스 수반은 유엔에서의 지위를 확보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지명도를 얻게 되고 팔레스타인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하마스도 자치정부의 유엔 진출을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한 새로운 승리’라며 환영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엔에서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 지위를 획득한 데 대한 보복 조치를 강행했다.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 3,000채 규모의 정착촌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자치정부에 대한 원조를 일부 삭감하겠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국기 게양
압바스 수반은 대유엔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2015년 9월 10일 압바스 수반은 유엔에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도 유엔본부에 국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유엔총회는 압바스 수반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19개국, 반대 8개국(미국, 이스라엘 등), 기권 45개국이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이를 채택했다.
2015년 9월 30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상징 깃발이 뉴욕의 유엔본부에 게양되었다. 압바스 수반은 ‘이 깃발은 희망과 존엄의 상징’이라고 말하며, 유엔 게양 요원에게 국기를 전달했다.
현장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프랑스, 러시아 외교장관 등 각국 대표들이 참석하여 박수로 환영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라말라 시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유엔에서의 팔레스타인 국기 게양식을 지켜보며 환호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같은 날, 역시 비회원 옵서버 국가 지위를 얻은 바티칸의 국기도 처음으로 유엔에 게양되었다.
이스라엘은 “유엔이 팔레스타인에 납치당했다"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은 “상징적 제스처는 진정한 평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당사자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은 아직도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미국의 일관된 외교적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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