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삼시세끼
주말, 식구들이 모두 집에 있을 때는 웬만하면 일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목요일에 사놓은 간 고기가 있다. 덩어리 고기와는 달리 갈아 놓은 고기는 금세 상해서 바로 소비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이틀째다.
마침 사다 놓은 숙주도 있고 (숙주를 독일 모든 마트에서 팔지 않는다.) 만두피도 있다.
양파를 잘게 다져 볶고, 두부의 물기를 꼼꼼히 눌러 없앴다. 당면은 따뜻한 물에 불려서 쫑쫑 썰었다. 당면은 만두 속에 있는 물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김치도 물기를 짜서 썰고, 파도 넉넉히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고기 투하.
아침을 먹고 느지막이 시작해서 조금만 하기로 했는데 재료를 넣고 섞었더니 꽤 많아 보인다.
이젠 요령이 생겨 한꺼번에 많이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찐만두를 좋아하기도 하고 많이 하려니 나도 힘들다.
큰 통에 준비 완료된 만두소를 보더니 큰딸 얼굴이 심란해졌다.
"엄마 이거 언제 다해? 내가 좀 도와줄게."
평소 같으면 같이 한다고 앉았을 텐데 열흘 뒤에 있는 시험으로 요즈음 밤잠도 제대로 못 자며 공부한다.
"오늘 저녁은 자율배식이다. 알아서들 만두로 저녁 드세요."
만두도 찌고, 저녁도 해결하고 일석이조다.
밥 먹고 설거짓거리를 보면서도 아이의 그 심란한 표정이 읽힐 때도 있다.
"이거 보니 심난하냐?"
눈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너는 심난할지 몰라도 엄마는 이거 일도 아냐. 너 공부하는 거 보면 엄마는 더 심난해. 각자 잘하는 게 있고, 해야 하는 것도 있으니 너는 가서 공부해. 이건 엄마가 할 일이니까."
뭐 특별히 먹은 것도 없는데 설거짓거리는 항상 한 그득이다.
딸들은 저녁밥을 먹고는 인사한다.
"오늘도 세끼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해요."
'말해야 아나?' 그럴 수도 있지만..
별 반찬이 아니라도 맛있게 먹었다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아이들..
밥 먹고는 도와줄 게 없는지 꼭 묻는 아이들.
밥을 하려다 찬밥이 어중간히 남아서 망설이고 있는데 큰딸이
"엄마 나 그냥 빵 먹을래."
그래서 그냥 찬밥으로 저녁을 먹는다.
"밥이.." 하다가 말을 멈추고 계속 먹는 남편..
내가 웃음이 터져 버렸다.
어머님이 항상 말씀하신다.
"뭐든 해주는 대로 투정하지 말고 맛있게 고맙다고 하고 먹어라."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가 옆에 앉아 계신 줄 알았다.ㅋㅋ
간혹 반찬으로 말을 하면 딸이 눈치를 주기도 한다.
맘에 안 들을 때도 맛있게 먹어주는 식구들이 고맙다.
돌아서면 해야 또 하는 돌밥.
맛있게 먹어주니 별 반찬 없어도 다음 식사는 뭘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한국이었다면, 가끔은..
'뭐 맛있는 거를 먹을까?' 하며 배달 앱 스크롤을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일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늘도 이렇게 세끼 잘 먹고 평안한 저녁을 맞이한다.
언젠가는 평범한 오늘을 그리워할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