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등학교 현장학습체험 허가기.

독일 학교

by 저먼해

독일에서는 다른 활동으로 학교에 휴가를 얻으려면 Beurlaubung 을 신청해야 한다.

독일 사람들은 워낙 방학마다 휴가를 많이 가서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휴가 승인을 잘해주지 않는다.

방학을 전후로 하루 이틀만 일찍 휴가 일정을 잡으면 비행기 티켓이 반값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방학 전후로 휴가를 쉽게 허락해 주면 정말 수업이 안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일찍 떠날 것 같다.

방학을 전후해 일찍 휴가를 떠나는 학생들을 공항에서 경찰? 이(정확히 어떤 공무원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관련 공무원) 이 잡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독일은 여름 방학이 6주, 봄, 가을, 겨울 방학은 대략 2주씩이다. 한국에 2주 일정으로 가기에는 너무 짧아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여름에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렇게 여름에만 가다가 어느 해인가 메르스라는 역병이 창궐하는 바람에 예매해 놓은 티켓을 가을로 미뤘는데 항공사에서 가을 방학 3일 전 티켓으로 밖에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휴가를 얻어서 며칠 일찍 한국에 간 적이 있었다..


맏딸이 대학생이 된 후로부터 방학 일정이 안 맞아 함께 휴가를 가기가 쉽지 않아 졌다. 일정이 안 맞기도 하지만, 방학에도 논문을 써야 하고, 실습을 해야 해서 방학이라고 놀 수가 없다,

대학생은 지금 겨울 학기가 끝나서 벌써 방학이 시작되어, 4월 둘째 주부터인가 여름학기가 시작된다.

여름 방학에는 실습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이 마지막 방학이 될 거라고 한국에 가기로 했다. 언니 갈 때 같이 간다고 김나지움 간 후로 처음 Beurlaubung 을 신청했는데..


두둥...

승인이 안 났다. 할인가가 나와서 벌써 비행기표도 예매했는데..

사촌 언니 결혼이라고 신청을 했더니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 승인을 해줄 수 없단다.


승인이 안 나고 바로 구구절절 편지를 썼다. 교장이 최종 승인자라 학년 담임과 교장선생님께.

결혼식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그 결혼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문화 체험하기 위해서고, 못 보던 먼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한국 속담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묻고 듣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고.

15년간 한글학교에 다녔으며, 한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어학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일주일 수업에 빠져서 부족함이 없이 부모가 관리를 잘하겠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청하는 휴가를 승인해 주기를 소망한다고..

일주일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것보다 아이에게는 한국에서의 활동이 더 큰 이로움을 줄 수 있다고 구구절절 썼고, 두 장 반이나 되는 내용을 손 편지로 써서 부모 둘이 사인을 해서 다시 보냈다.

설마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였는데 허가를 안 해줄까? 싶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지난주 편지를 보냈는데 오늘 결과를 받았다.

처음부터 긍정적이었던 학년 담임이 힘을 보태서 교장을 잘 설득했나 보다. 대신 사촌 결혼식으로는 승인을 해 줄 수 없으니 한국 대학에서 체험을 하기 위함이라고 다시 써오라고 했단다. 사촌 결혼식으로 한 명을 승인해 주면 다른 사람도 다 해줄 수밖에 없다고.

독일은 고등학생도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 매주 그 과목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을 빼먹고 강의를 듣는 제도가 있다. 그래서 교장이 그런 이유로 승인을 해주겠다고 제안을 한 것 같다. 한국에는 없는 제도로..


교장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어쨌든 개인적인 이야기를 구구절절 써서 한국에서 경험이 아이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어필했더니 어려울 것만 같았던 길이 열렸다.


승인해 주는 입장에서도 우회로를 찾을 수 있도록 편지로 설명을 해주니 가능했던 것 같다.

어떤 일이든 한 번 부딪혀서 안 되면, 바로 물러설 게 아니라 '한 번 더의 힘'으로 시도해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글을 쓰고, 아이들은 독일어로 번역을 하고, 필체가 좋은 남편은 손 편지를 썼다.

가족 네 명이 진심을 전했고, 그 진심이 전달된 거 같아서 기쁘다.


방학 전 일주일 시험도 없고, 여유로운 한 주가 될 것 같다고 해서 처음으로 시도를 해봤다.

처음 맞이하는 한국의 봄. 좋은 경험 많이 해보고 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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