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회원들이 일하는 날.
새봄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분홍 매화도 색깔을 내밀고 노랑 개나리도 하루가 다르게 샛노란 빛을 띠고 있다.
3월에 이렇게 날씨가 좋아도 되는 거야? 이런 날씨는 무조건 즐겨야 한다.
1년에 한 번 골프장에서 워킹데이가 있다.
회원들이 함께 골프장에서 일하는 날이다.
벌써 올해로 10년 차인데 한 번도 참석을 하지 않다가 사회적 연대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처음으로 참여를 했다. 골프장에서 지원해 주는 트레이닝도 하고, 골프장 대항 경기도 지원을 받아서 나가는데 이 정도는 참여를 해야 한다는 양심의 가책이 작동을 한 것 같다.
독일은 비가 많이 오고, 특히 겨울에는 햇빛에 인색해서인지 잔디인데도 불구하고 바닥이 무르다. 그린에 디봇 자국이 생기는 것을 보면 예상을 했었어야 했는데 드라이빙 레인지에 이렇게 공이 박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워킹데이에 참여하니 알게 된 일이다. 왼쪽 수풀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이 공이 있던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두 시간 동안 골프공 백 개는 줍고, 땅에 있는 공을 파낸 것 같다. 공들이 자꾸 없어지니 골프장에서는 연습 공을 사다 넣어도 계속 공이 부족했겠다 싶다. 무른 땅에 연습한 공이 땅에 박히기도 하고, 공을 수거하는 차가 지나가면서 조금 박혀 수거되지 않으면서 더 깊숙이 들어갔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활절에는 숨겨 놓은 계란을 정원에서 찾는 행사들이 있고는 한데..
부활절이 멀지 않은데 계란을 땅에서 찾아 파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해 오던 일인지 끝이 뾰족한 이런 막대 자루가 엄청 많았다. 수풀에 들어가 공을 줍느라 사진을 못 찍었는데 드넓은 드라이빙 레이지에서 사람들이 모두 땅을 보고 뭔가를 파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평소 같으면 공을 수거하는 자동차나 들어갈 수 있지 사람이 이곳을 들어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곳인데.. 사람들이 타깃 근처에 있으니 낯설다.
잔가지를 긁어내는 사람, 골프장 새집을 정리하는 사람 등등..
처음 기념사진만 찍고 어딘가로 각자 흩어져 일하느라 여념이 없다. 드라이빙 레인지는 2시간쯤 일을 하고 나니 정리가 된 듯했다. 14시부터는 간식 겸 식사가 마련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드라이빙 레인지가 다 정리되는 것을 보고 집으로 왔다. 두 시간 공을 주웠더니 평소에도 민감한 허리가 안 좋아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오늘 함께 라운딩을 한 친구 왈.. 먹고 수다 떨고 15시 30분이 되어서야 헤어졌다고 했다. 즐겁게 일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수다 삼매경에 빠지니 하루가 다 저물었겠다. 다른 곳은 어떤 일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집에서 정원 일할 때 끼는 장갑 한 쌍 달랑 들고 갔는데 각자 집에서 도구들을 챙겨가지고 왔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더니..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해보면 뭔가 얻는 일이 반드시 생긴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덤이다. 삶의 경험을 넓혀가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경기가 있을 때만 골프장이 활기로 가득한 줄 알았더니 워킹데이라고 청소하는 날에도 활짝 웃는 사람들 열기로 골프장에 좋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올해도 이곳에서 체력도 키우고 기쁨을 누릴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