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딸과의 골프 라운딩
"오후에 비가 온다는데 괜찮을까?"
요즈음 아이폰에 있는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아서 일부러 Wetter.com에 들어가 정확한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비올 확률 25%에서 50%로 올라갔다. 그래도 비 오는 양이 많지 않다.
"너 좋을 대로 해."
막내는 한참 골프 핸디캡이 내려가면서 재미를 붙이다가 발목을 한 번 삐고, 그다음엔 허리가 아파서 질주하던 골프에 브레이크가 걸렸었다. 한 번 중단된 운동은 다시 재미를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작년엔 두세 번 골프장엘 나갔었나..
올 1월, 올해 그린피가 한꺼번에 빠지고는 내가 딸에게 말했다.
"올해도 안 할 거면 골프비용 네가 내."
올해는 다시 해볼 생각이라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지난 주말 정말 오랜만에 딸과 둘이 라운딩에 나갔다. 어언 1년 반, 손을 놓고 있다가 처음 갔는데 웬걸.. 몸으로 익힌 것은 잊어 먹지 않는 모양이다. Par도 하고 제법 잘한다. 그린 주변 숏게임은 연습량이 필요하겠지만 1년을 쉬었다고 하기엔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골프장에는 골프장 대항전에 나갈 젊은 사람이 없어서 딸의 복귀를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다. 아이들은 1주일에 두 번 트레이닝을 무료로 해주니 선수를 하지 않더라고 제대로 배우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인데, 아이들은 잘 모른다. 이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를..
30살이 된 젊은? 회원이 내가 참여하는 트레이닝에 합류했다. 청소년 시기까지 하다가 그만두고 다시 시작한다고.. 어릴 때 배워 놓으니 스윙이며 거리가 나이 들어 배운 사람과는 비교가 안된다. 지금은 1주일에 한 번 무료로 받는 트레이닝이 부족해서 개인 레슨을 따로 받고 있다. 그래도 어릴 때 배운 게 있으니 시작점이 다르긴 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니 그녀는 곧 싱글 핸디캡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 쉬지 않고 계속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 것 같다.
화요일은 0교시가 있어서 7시 20분부터 수업을 시작하느라 아침은 바쁜데 오후엔 수업이 일찍 끝난다.
수업 마치고 9홀을 함께 치러가자고 딸이 먼저 제안을 해서 예약을 했는데, 그 좋던 날씨에 비 예보가 있어 망설이던 중이었다. '그래 비가 오면 하다가 돌아오면 그만이지 뭐. 일단 출발!'
다행이 9번 홀에서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다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1번 홀에서 딸이 티샷 준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 있었다면 고3 수험생이 골프선수도 아닌데 학교 마치고 라운딩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참 복받았다.'
나는 잘하지도 못하는 독일 말로 살려니 힘들기도 하고, 불편한 일들이 많다.
(20년을 넘게 살다 보니 많이 익숙해지기도 했다. 잘 알아서 익숙해졌다기보다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익숙해진듯하다.. 웃프지만 현실이 그렇다,)
독일에서 아이들 삶이 선명히 좋아 보일 때는, 그래도 독일에서 사니 이러고 산다 생각이 들면서, 다른 불편한 일들도 다 감수할 만해지고는 한다. 그래 그깟 짜장면 먹고 싶을 때 못 먹는게 뭐 대수냐.
이왕 다른 환경에서 사는 거, 좋은 면을 더 크게 확대하며 살다 보면 삶의 만족도 더 커지겠지. 어디 아이뿐이겠냐. 매일이라도 골프장에 가서 운동하고 즐길 수 있으니 나에게도 더없이 좋은 환경이 있음이 분명하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보기로 한다.
다시 시작된 딸의 골프. 함께 걷는 동안, 쫑알쫑알 벌써부터 귓가에 지저귀는 아이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딸과의 다음 라운딩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