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감기가 있다

by 나몽

어제 낮부터 머리가 아프더니 저녁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했는데, 몸살감기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아프면 오히려 마음이 쉴 수 있는 핑계가 생긴 듯해서 조금 신나기도 한다. 물론 너무 아프면 그런 생각도 못하지만.


몸이 아프면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다그치지 않는다. 감기는 걸릴 수도 있는 거니까. 그저 지나가는 거니까. 몸이 아프면 사람들은 “내가 왜 이러지“ 또는 “쟤는 왜 저러지” 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어린아이를 보살피듯 따뜻한 죽을 내오고, 바쁜 하루도 잠시 제쳐두고 쉬어가라 말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마음이 아플 때만은 인색해질까.

마음에도 감기가 있는데 말이다.

우울이라는 열이 자꾸 오를 수도 있고,

슬픔이라는 기침이 멈추지 않을 수도 있고,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는 정체불명의 통증이 하루종일 가슴에 머물 수도 있다.


어떤 아픔은 이유와 설명보단 휴식이 먼저다.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잠시 쉬어가면 된다. 각자에게 맞는 처방으로. 누군가는 훌쩍 떠나 하염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보며 숨을 고르고, 누군가는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이들과 눈을 맞추고, 또 누군가는 하루를 접어두고 온전히 자신 곁에 머물 수도 있다.


마음도 몸처럼 그냥 지칠 수도, 면역력이 떨어질 수도. 그래서 아플 수도 있다. 어쩌면 회복이란 괜찮아지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연약함을 나만큼은 넓은 포옹력으로 안아주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되는 거 아닐까.


그러니 힘든 순간이 오면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잠시 눈을 들어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기를.

이 또한 감기처럼 지나가는 거니까.


오늘은 그저, 푹 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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