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의 연애-1

피곤해서 선선한게 좋아 ⑥

by 선선
[이전글 바로가기] 끝날 것을 알면서도 시작된 이야기


이번 화에는 독일 박사 유학 중 겪었던 외국인과의 연애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유학하면서 총 세 명의 남자가 내 곁을 스쳐갔다.


첫 번째, 귀여웠던 폴란드 남자

그는 옆 연구실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큰 키에 검은 코트를 걸치고 내가 일하는 연구실에도 인사를 하러 왔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우연히 공동 프린트룸에서 마주치며 말을 트게 되었다. 둘 다 첫 유학생활이어서 금세 친해졌다. 무엇보다, 그는 귀여웠다.


내가 먼저 호감을 가졌다. 그리고 결국 내가 먼저 고백했다. 사귀게 되었지만, 그는 내 생각보다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1주일에 세 번 보던 사이가 점점 2주에 한 번, 3주에 한 번으로 줄어들었다. 결정적 사건은, 그가 그의 여자 사람 친구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을 여행 전날에야 말한 것이었다. 나는 바로 헤어짐을 통보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내가 여자로서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우리 둘이 애초에 잘 맞지 않았던 걸까.


이제 돌이켜보면 그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늘 곁에 누군가 있어야 안심하는 남자였다. 내가 함께할 수 없는 시간마다 다른 친구들이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런 날들이 쌓일수록, 우리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져 갔던 것 같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외로움이 많은 남자, 이성 친구가 많은 남자, 특히 함께 여행까지 갈 정도로 친한 이성 친구가 있는 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처음부터 그런 남자는 피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연애 상담은 오랜 친구에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폴란드 남자를 만났을 당시, 답답한 마음에 외국인과 연애 중이던 한국인 친구들에게 상담을 구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 늘 비슷한 조언만 돌아왔다.


“그와 대화해 봐.”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결국 해피엔딩이 올 거라 믿었다. 어쩌면 조금은 순진한 환상 속에 내가 오래 머물지 않게 된 건 나의 오랜 친구들의 단호한 직언 덕분이었다.


“그 폴란드 남자랑 너는 결이 달라.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결정하기 어려운 건 알지만, 내 생각엔 이 연애는 오래 못 가. 실망스러운 일이 생기면, 더 이상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냥 끝내.”


정말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끝을 냈다.




두 번째, 달콤했던 독일남자

그렇게 1년이 흘렀다. 두 번째 남자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 소개로 알게 된 독일 남자였다. 그는 멀리 떨어진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주변 이성 관계는 알 길이 없었다. 그에게 직접 이성 친구에 대해 물어보면 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는 두 달이 넘도록 매일 굿모닝 문자를 보내왔다. 달콤하고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 달에 두세 번은 밤에 연락이 끊겼다. 때로는 며칠 전에 본인이 만든 요리 사진을 한참이 지나서야 내게 보내기도 했다. 점점 이상한 낌새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친구와 함께 작은 함정을 파보기로 했다. 친구의 친구를 통해 그에게 새로운 여자를 소개하는 척을 해본 것이다.


'제발... '


그는 바로 그 함정에 걸려들었다. 우리가 만든 가상의 여자는 귀여운 외모에, 그와 가까운 옆 도시에 사는 한국인 유학생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는 문자로 가상의 그녀에게 자신은 현재 만나는 여자가 없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녀에게 내일 당장 만나자고 했다. 가상의 여자가 그에게 한국 여자를 만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없다고 답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추스르며 나는 그의 달콤했던 연극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나는 그와 완전히 끝냈다. 그 순간 다시 확신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서 수상한 낌새가 반복된다면, 아마도 99퍼센트 확률로 그 직감은 맞다는 것.


여러 이성을 동시에 만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진지한 연애를 원하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밝히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경우다. 작정하고 속이는 사람의 말에서 처음부터 거짓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그 일을 겪은 이후, 나는 내 친구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면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독일 남자는 이성 친구가 거의 없다고 했다. 더불어, 나를 진지하게 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와 내가 공통으로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는 내게 더 쉽게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상상 이상으로 남을 속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순수한 척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 후, 나는 그 둘과는 전혀 다른 세 번째 남자를 만났다가 헤어졌다. 그리고 네 번째 남자,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언젠가 글로 소개해 보려 한다.




작은 쿠키

그 후, 그 외국인과 만나고 있는, 나와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된 한국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직도 폴란드 남자와 잘 만나냐는 안부에 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헤어졌어.”


돌아온 말은 너무도 가벼웠다.

“그럴 줄 알았어.”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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