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의 연애-2

피곤해서 선선한게 좋아 ⑦

by 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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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년이 흘렀다. 인싸나 다름없던 연구실 동료의 생일파티에서, 나는 우연히 한 독일 남자를 알게 되었다. 그는 내 동료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새로운 만남

나의 오랜 친구들이 늘 말하곤 했다.


“눈을 낮춰야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다.”


그 말이 밑거름이 되었을까. 이번에 알게 된 남자는 달랐다. 잘생김을 무기로 딴짓을 일삼던 지난 그들과는 어쩐지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요리가 취미였으며, 유머 코드도 나와 제법 잘 맞았다. 처음엔 늘 그렇듯 그도 역시 스윗가이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달콤함에는 면역이 생겨 쉽게 설렘이 느껴지지 않았다. 성숙한 여인의 마음으로 그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

그와 만나는 동안, 이상한 낌새는 전혀 없었다. 매일 밤 연락도 잘 이어졌고, 그를 나에게 소개해 준 동료는, 그에게 이성 친구가 거의 없고 진실된 사람이라고 했다. 한동안은 행복했다. 하지만 그에게 문제가 생겼다. 회사 매니저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그의 마음속에는 서서히 회사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뿔싸.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불만은 결국 일상으로 스며든다. 생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서서히 그의 날카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끝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다른 도시로의 여행을 권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박사 졸업 논문을 쓰고 있었다. 여행을 자주 다닐 만큼의 시간적·경제적 여유는 없었다. 게다가 몸도 늘 피곤했다.




이별

결국, 그가 먼저 이별을 고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일찍 그 순간이 내 앞에 다가왔다. 눈물이 뚝뚝 흘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고마웠어, 꼭 좋은 사람 만나”


이별 뒤에도 그는 친구처럼 연락을 이어왔다. 그러나 나는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작은 거짓말로, 그의 연락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알았다. 나는 한 번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을.




할아버지의 선물

이별 후 2년.

그 사이 나는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에서 포스트닥터로 일하고 있었다. 일에 파묻혀 살던 어느 날. 꿈에 오래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찾아왔다.


“원래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데…
네가 밥 먹는 것만 보고 가려고.”


꿈에서 깨어나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2주 후, 나는 뜻밖에 한 남자에게서 따뜻한 수프를 전달받았다. 지난 2년 동안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왔던 나였다. 그날, 오랜만에 따뜻한 식사를 마주하며 나는 알았다. 이것이 할아버지의 선물이라는 것을.


반찬을 해주신 분께는 그 남자를 통해 작지만 정성스러운 보답을 전했다. 그분은 그 남자의 어머니였고,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남자와 현재 진행 중이다.




작은 쿠키

그 남자도 할아버지의 선물일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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