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츠브로 Oct 15. 2023

고갱

내 마음만 봤어 

나는 뭘까. 

창문에 입김을 불고 나를 그려봐. 

잘 그려보려고 여러 번 지웠다 다시 그리고.     


타이티에 고갱이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의 모든 것이 궁금했던 남자가 그 섬에 갔어. 

마침내 고갱이 살던 오두막에 도착했는데 

아이들 몇이 유리창을 닦고 있는 거야. 

나무로 만든 문에는 창유리가 넷이었지. 

거기에 그려진 그림을 지우고 있었는데 

그건 고갱의 그림이었어.     


남자는 아이들에게 급히 다가가 청소를 멈추게 했어. 

그리고 아버지를 불러오라고 했지. 

마침내 도착한 아버지에게 남자는 문을 사고 싶다고 했어. 

상상할 수 있겠니? 

아버지의 표정을. 


그러니까 더워서 낮잠이나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백인 남자가 느닷없이 잘 달려 있는 자기 집 문을 떼어달라는 거야.

     

얼마를 드릴까요? 

남자가 묻자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삼백 프랑 정도는 받아야겠는데요. 

하고 말했지. 

남자도 아버지도 만족을 하고 헤어졌어.     


옛날에는 교통이 좋지 않아서 집에 가기가 힘들었어. 

남자는 부둣가 여관을 숙소로 정하고 한 달에 한번 있는 

영국으로 돌아가는 배를 기다리기로 했지. 

근데 다음 날 밤 

어떤 원주민이 방문을 두드리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했지.     


-당신이 어제 방문한 오두막의 주인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나요.

  당신이 내 집 문을 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남자는 긴장했어.     


-당신이 그 문짝을 가져가려면 나에게도 300프랑을 주어야 하오.     


남자는 그렇게 했어. 

그래서 600프랑으로 고갱의 그림 네 점을 얻을 수 있었지. 

그 그림 지금 얼마인지 짐작할 수 있겠어?     


왜, 가치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의 명화가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낙서로 보이는 걸까?     


우리의 인생이 문짝에 달려 있는 창문이라고 생각하고 

거기 그려져 있는 그림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생각해 봐. 

누군가는 우리를 낙서라고 생각해서 지우려 하는데 

누군가의 가슴속에서는 명화로 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 

허락된 창유리에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그려 넣는 것뿐.     

작가의 이전글 울음주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