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을 할 때는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거절을 할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부탁을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잘 쳐다보지 못하고
몸을 좀 꼬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마음이 찔려.
거절을 할 때도
표정은 난감해지고
꼭 빚을 지는 것 같아.
얼른 갚아버리고 싶은데
그러진 못하고 계속 생각이 나.
착한 건지 미련한 건지.
착하다고 해도 그게 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어쨌든 나는 그런 사람이야.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게 될 거 같고.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참 부담스러워.
부탁하는 것도 부탁받는 것도 싫고.
그런데 주고받지 않고
어떻게 사람이 친해질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