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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츠브로 Oct 07. 2023

얼룩말

얼룩말이 얼룩말 옆에 서 있으면

얼룩이 이어져서 큰 덩치로 보이잖아.

그러면 포식자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고.


약한 것들은 서로를 이어서 각자를 보호하거든.

포식자는 빈틈을 노리느라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그러다 보면 빈틈이 생기는데

이때 얼룩말이 상처를 입기도 해.

그러면 어떻게 될까?

도와줄 것 같지?

동료가 먹히는 동안

나머지는 달아나 멀리서

그걸 구경해.

동료가 먹히는 동안은 안전하니까

배부른 짐승은 사냥을 멈추니까

오히려 평화롭지.


약자가 강자를 살리고

더 약한 것이 약한 것을 살리는 셈이지.


물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물소들 중에서 용감한 녀석들은 사자와 싸운대.

동료들로부터 사자를 쫓아내기 위해 그러는 건데

그러다 보면 다리를 물릴 수 있잖아.

그때가 되면 다른 물소들이 뿔로

그 물소를 들이받아서 일어나지 못하게 한대.

무리 내에서 서열 경쟁을 하던 놈들이라

이때 제거해 버리는 게 편한 거지.


동물을 쳐다보면 인간이 보이잖아.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은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고.


개미들 사회에서는 여왕개미만 연애를 해.

암컷들은 사회를 위해서

수컷들을 모두 여왕에게 반납하고

일개미가 되거나 병정개미가 되지.

자기희생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배려는 사실

여왕개미가 뿌려주는 페로몬 때문이래.

세뇌를 당한 거지.


근데 우리 중에서도

세뇌를 잘 안 당하는 애들이 있잖아.

수술할 때 마취제도 잘 안 듣고.

체질적으로 말이야.

그런 암컷개미는 여왕 몰래 연애를 한대.

대부분 동료의 밀고로 들키는데

친했던 친구의 눈에는 자기와 다른 연애개미가

법을 어기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나는 법을 잘 지키는데 저 개미는 왜 안 지키지,

이런 정의감으로 신고를 하는 거지.

자기가 세뇌당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여왕개미와 다른 개미들이 몰려와

연애개미와 그녀의 알을 나눠 먹는 것으로

사랑은 끝이 나고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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