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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비 Aug 21. 2024

[서평]ACTING : 연기 6강

인생 6강

ACTING 연기 6강 : 인생 6강


1. 집중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가 바로 내 인생의 방향이다. 생각해 보았는가? 내가 어디 가장 집중하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않으면 쳇바퀴 돌듯 매일이 반복될 뿐이다.  나는 어디에 집중하고 있지? 음악, 예술, 글쓰기, 학생지도, 육아, 공연, 책.....(너무 많다. ) 선택과 집중. 연기도 인생도


2. 정서 기억

이틀 전 했던 나의 북콘서트의 바흐 이야기를 떠올려본다..(예술가의 내면아이 꼭지) 바흐는 엄마가 자식들을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해주던 순간을 가슴속에 품고 살았다. 그 이야기 하나만이 바흐를 지탱해준  것은 아니었을 테지만 바흐는 그 시절의 추억으로 살면서 만났던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나를 응원해 주었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기억. 영화 <인생을 아름다워>를 보면서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지 생각하고, 베르나르 뷔페의 아나벨 그림을 보면서 사랑이 어떠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삶의 모든 풍요로움과 충만함을 모아 당신의 영혼에 저장하세요.'라는 문장은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들어 겪는 많은 일 중에 내가 저장해야 할 것에 대한 팁을 알려준다. 


내가 필요한 순간에 내가 원하는 감정을 놓을 수 있다면. 감정이 나를 휘두르게 하지 않고 내가 나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것이 연기에서만 중요할 일이겠는가. 


3. 극적 행동

인간의 무의식은 빙산의 수면 아래 어마어마한 크기로 곧잘 비유된다. 그렇다면 수면 위로 삐죽 올라온 무의식의 아주 작은 조각 같은 빙산은 기저의 무의식이 발화되는 인간의 행동양식이거나 말, 글이려나. 연기가, 혹은 예술이 발화되는 그 순간은 무의식 중에 쌓았던 수많은 경험, 감정, 지식 같은 것들이 불쑥 수면 위로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쑥'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은 이미 준비된, 쌓이고 쌓인 삶일지도. 그런데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연기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극적 행동으로 표현되는 연기자의 연기, 예술가의 작품처럼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행동, 말들이 사실은 나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일지도.


4. 성격 구축

모든 예술은 연기의 한 발로라고 생각한다. 나는 연주할 때 인물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또 인물의 캐릭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연주했던 피아졸라의 <Yo Soy Maria>라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피아졸라의 오페라 주인공인 이 여인은 거리의 여자이지만 자신감이 넘친다. 동네에서 나를 모를 리 없다고 자신 있게 외치며 노래하는 이 여인의 매력을 상상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본다. 나는 자신감 넘치며 누구든 유혹할 수 있는 마리아다. 이런 상상이 끝나면 연주할 때 최대한 그 사람이 되어서 멜로디와 화성을 따라가는 편이다. 


연기에서도 당연히 그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된다는 것, 다른 성격을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 미술에서는? 당연히 모델을 관찰하고 세심히 표현하려는 시도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가지는 역할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로는 부모이고 때로는 자식이며 직장에 나가서는 각자의 다양한 위치를 감내해야 하고 다양한 모임이나 단체에서 부여받은 또다른 역할들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역할에 맞는 다양한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볼 수 있다. 학교에선 무서운 선생님이 집에가면 딸바보 아빠라던지, 칼같은 커리어 우먼도 사랑하는 부모님 앞에 가면 귀여운 딸이거나 말이다. 관계가 주는 역할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아서 상대 혹은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또 스스로의 배역을 정의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상황이나 역할에 맞는 성격을 다 만들고 있는 배우들이다. 때로는 어느 역할은 아주 잘하지만 어느 역할에는 실패하기도 하는. 그래서 내가 소중히 하는 역할이라면 주변과 나의 관계를 잘 관찰하고 관계의 케미스트리를 살펴 내 성격을 잘 구축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5. 관찰

앞서 성격 구축을 이야기하면 계속 이야기했던 관찰. 관찰은 살면서 너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며칠 전 있었던 나의 공연의 뒤풀이에 멀리서 오신 시인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사람들이나 어떤 사물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크게 동감했다. 사람, 사물에 대해 계속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의외로 얻게 되는 것이 많다. 관찰은 곧잘 그 상황이나 행동, 결과의 이유들을 추론해 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런 과정을 자꾸 거치다 보면 사람들이 행동, 결정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 개연성을 알게 되면 성격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연기자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커다란 단서이겠고 우리 삶에 있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 이해가 불가할때는 인정해보려고 노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마리 가 될 것이다.


게다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관찰력이 좋은 친구들은 습득이 빠를 수밖에 없다. 모방이 곧 창조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잘 모방하는 친구들의 실력향상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과 천지 차이다. 관찰력. 그것은 자세히 보고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이 있어야 가능하다. 쇼츠와 릴스로 결코 길러질 수 없는 것.


6. 리듬

음악가인 나에게 리듬은, 음악의 3요소로 뼈대와 같은 것이다. 기둥이 있어야 집이 지어지듯 탄탄한 리듬이 있어야 음악이 견고해진다. 책에서도 음악의 예를 든다.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연기의 리듬을 이해하는 연습이 된다고.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 그 타임도 결국 리듬. 주거니 받거니 카카오 톡, 문자를 주고 받는 속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리듬. 내 인생의 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방향보다 때론 더 중요한 리듬. 





책 리뷰 쓰는 것을 힘들이지 않는 편이고 어려워하지 않는데 이번 책은 다시 읽으며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생각할 것이 많고 처음보다 더 어려워졌다. 두 번 읽는 것으로도 부족한 나의 소양으로는 옆에 두고 더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만큼 이 책이 시대를 건너와 나를 만나러 와 준 것이 감사하다는 뜻. 연기라는 것, 예술을 고민하는 나에게 연기를 넘어서 예술을 넘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책이다. 결국 대상에 대한 깊은 사유는 그 대상이 완전히 다르더라도 일맥상통하게 마련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책이다. 



언급했던 <Yo Soy Maria>를 올려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HRFEUCBoqSI


글 김혜정 


예술인문학자/플루티스트/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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