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가비 Jul 07. 2023

월간 참스 이야기 2209

천년을 하루같이, 그대! 늘 거기 있는 그대!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21354


#남해_바다를_걷다_고두현

  저는 쇼핑을 참 좋아합니다. 그렇게도 사이트를 헤매며 혹은 로드샵을 뒤져서 사모았던 것은 명품백도 아니고 브랜드 옷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그만한 돈을 썼을지도 모르는 책과 시디.(시디의 경우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완전히 자체자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LP가 당기는 것은 어쩔.)  

   북콘서트를 하기로 하면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쇼핑의 아드레날린을 만끽하며 작가의 책을 사는 일입니다. 검색을 하는데 시집만 낸 것이 아니시더군요. 시에 관한 여러 에세이며 셀 수 없는 책들 사이에서 마음에 드는 책으로 6-7권 골랐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음악팀원에게 드릴 시집까지 왕창 주문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받아 든 책중에서 유난히 샛노란 상큼함을 뿜어내는 시집을 얼른 집어 들었습니다. 어느 시에 어떤 멜로디가 숨어있을까 하며 뒤적거리다 만난 <천년을 하루같이>


<천년을 하루같이> 전문


#천년을_하루같이_

   곡을 쓸 때에는 당신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꼭 뭐 알아야 하나요. 연정을 품었던 누구였나 보다 하고 막연이 짐작만 했지, 그게 누구일 것이라고는 알기가 힘들잖아요. 시적 상상을 하며 읽었던 시에서 남해바다, 그 굽이치는 파도가 떠올랐습니다. 그 파도가 자꾸 닿으려고 하는 이팝나무 향이 가득한 숲은 또 어떻고요. 고두현 시인님이 풀어놓은 시어들이 실감 나게 살아나 머릿속, 또 가슴속에서 푸른 바다와 초록 숲이 되어 끌어올려주는 멜로디를 오선 노트에 담았습니다. 오늘도, 세상도, 다 잊고 싶을 때 고즈넉이 앉아 쉬고 싶은 남해바다에 그런 나와 함께 있어줄 누군가를 떠올리며 바람소리 몽돌소리를 오선지 위에 박았습니다. 그러니 이건 제가 쓴 곡이라기보다 이미 시가 멜로디를 가졌다고 할 밖에요. 한 시간이 조금 넘었으려나. 곡이 뚝딱 나왔는데 아니 글쎄 제 곡이라 민망하지만 민망함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이 담겼습니다. 역시나 시의 힘이겠지요. 그리고 나중에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당신'의 존재! 눈물이 그렁 맺히던 이야기에 더 애틋한 이 노래.



#바리톤_한정현

   한 선생님을 알게 된 건 20년이 넘습니다. (네, 제 나이가 이제 진짜 많네요) 음악 대학교의 선배였던 한 선생님은 항상 학교에서 실기 수석을 따놓으신 뛰어난 성악도였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지금은 부산 성악 반주계의 한틀을 맡으시는 최 선생님과 부부가 되어 이태리로 떠났었고, 둘이 가더니 넷이 되어 돌아오셔서는 각자 뛰어난 음악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진심이 담기기 때문입니다. 베이스에 가까운 바리톤의 음색으로 부르는 노래는 그게 어떤 노래이든 자신이 설정한 인물에 빠져 그 사람이 되어 부르는 진심의 노래가 되는 마법을 부립니다. 때로 파파게노 같은 익살스러운 연기를 할 때조차도 저음의 목소리가 이렇게 장난스러웠나 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정현 선생님. 그런 한정현 선생님께서 제 노래가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시고 기꺼이 불러주시는 것은 긴 세월 같은 팀으로 동고동락했던 이유가 컸겠지만 어쨌든 저는 팀의 대표인 연유로 제가 작곡한 노래를 이런 실력 있는 성악가가 불러주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wuLktg-Qx_I

<천년을 하루같이> 바리톤 버전



#소프라노_이민희

   이 맑은 영혼의 소프라노를 만나게 된 것을 보면 저는 분명 인복이 있는 사람입니다. 본인이 가진 투명한 영혼, 딱 그런 음악을 들려주는 소프라노 이민희. 아끼는 후배이자 아동성악지도 및 기획자로의 면모도 보이는 김지은 선생님이 꼭 소개해 주고 싶었다는 사람 이민희. 나이 먹어 만난 사람이 뭐 얼마나 깊어지겠냐며 편하게 밥이나 먹자 하고 무던히 수년을 지내다 언니 동생하며 서로 필요할 때 아닐 때 가리지 않고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일은 각자의 분야가 있어 같이 하지 않고 있었는데 월간 참스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언니의 목소리를 탐내봅니다.

   사실 참스에 여자는 저 혼자입니다. '제가 이뻐 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는 아닙니다.(진짜 아니고!!) 여자 선생님이 처음부터 안 계셨던 건 아닌데 좋게 말하면 털털하고 정확히 말하면 정신머리 없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가 결국 준비가 늘 늦고 마는 방식이 여자 선생님들을 다 나가시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남아계신(?) 샘들에겐 더 특별한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정현샘, 상진샘, 승민샘, 지훈샘, 동현샘, 진웅샘, 다 넘넘넘넘넘 사랑합니다!!!!감사해요!!!) 이러했던 지난 역사덕에 내심 조심스럽기도 했고 좋은 사이 괜히 일하면서 나빠지는 것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언니는 역시나 늘 저보다 더 큰 그릇이고 더 맑은 영혼이며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보여줍니다. 언니도 역시, 사랑해요! 감사해요!

https://youtu.be/4nHKlxMQenc

<천년을 하루같이> 소프라노 버전





<월간참스 2209 앨범재킷>


작가의 이전글 월간 참스 이야기 000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