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들deux맘 Jul 11. 2024

한국 어린이집 학부모, 밴쿠버 데이케어 선생님 되다.

캐나다에 입국하기 한 달 전

캐나다에 관련하여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가 캐나다 보육교사 이야기에 관한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캐나다의 보육교사는  Early Childhood Educator, ECE라 부른다.

난 결혼 전 입시학원에서 오랫동안 영어강의를 했다.

주로 고등학생들을 가르쳤는데 내신기간에는 거의 남학교를 맡아서 가르치다 보니 늘 내 교실은 어둡고 칙칙했다. 이랬던 내가 캐나다에서 ECE로 일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보았다.

아기냄새 폴폴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는 얼마나 산뜻하고 청량할까?

원래 아이를 좋아했던 나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과 Wage Enhancement라 불리는 정부보조금이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2년 전 그 당시에는 정부보조금이 4불, 2024년 1월을 기준으로 6불이다)

약 한 달 후 캐나다로 입국예정인 나는 어떤 필드에 취직한들 경력이 전무할 텐데, 시급이 높지 않더라도 정부가 돈으로 보조해 준다면야 얼씨구나 좋은 일 아닐까? 

본격적으로 밴쿠버 ECE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ECE 자격증'취득'이 아닌 ECE 자격증'전환'이라는 단어였다.

밴쿠버 현지 college에서 45주간 풀타임 학생으로 Early Childhood Education을 공부하고 주당 40시간씩 총 10주기간의 실습을 마친 후에 바로 ECE Basic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간단하다.

하지만 자격증 '전환'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우선 한국에서  유아교육  또는 아동학을 공부한 자는 전공 관련 모든 과목의 영어 성적표가 필요하다.

학교 직인과 함께 SEAL처리가 완벽하게 된 영어 성적표를 World Education Services로 보내야 한다.

WES는 학력인증 평가기관이다.

전 세계 어디든 교육기관에서 공부했던 내용의 성적표가 WES로 보내지면 캐나다 또는 미국에서 요구하는 학력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몇백 불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고 이곳에서 학력인증을 받아야 한다.

적어도 몇 개월이 소요되는 이 작업이 마쳐지면 WES에서 인증이 된 과목들의 내용을 신청자 본인과 Saskatchewan주의 ECE를 담당하는 부서로 보낸다. (수신자는 신청자가 추가할 수 있다.)


밴쿠버가 위치한 BC주가 아닌 SK주로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ECE자격증을 BC주 ECE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추가로 영어점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SK주로의 전환을 먼저 신청하는 것이다.


WES를 통해 학력인증을 받은 과목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 Assessment sheet이다.

이 Assessment sheet이 SK주 그리고 신청자에게 보내졌다는 이메일을 받으면 이제 SK주 ECE를 신청하는 서류를 준비해서 접수해야 한다. 그 후 SK주의 LEVEL 2 또는 LEVEL 3의 ECE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SK주의 ECE는 LEVEL 1, LEVEL 2, LEVEL 3으로 나뉘어 있다.

LEVEL 1은 BC주의 Early Childhood Education Assistant 자격증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ECEA는 A의 Assistant가 의미하는 것처럼 보조선생님의 역할만 담당할 수 있다.


보통 한국에서 4년제 유아교육 또는 아동 관련 전공의 경우에는 LEVEL 3가 바로 나온다.

LEVEL 3는 BC주의 Infant Toddler자격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나는 2년 전 처음 ECE자격증을 전환할 때는 LEVEL 2였다가 올해 추가로 몇 과목을 더 공부하여 LEVEL 3 즉 IT자격이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난 후 마지막 단계가 바로 SK주의 ECE자격증을 BC주의 ECE자격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나는 유아교육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었기에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공부하였다.


캐나다 입국 3주 전, 즉 2월 초부터 온라인으로 공부를 시작해 모든 필요한 과목을 수강하였다.

그리고 11월 말 학점은행제를 통해 모든 과목의 영어성적표를  WES로 보냈다.

그리고 4월 31일 BC주 ECE Basic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유아교육이나 아동학 비전공자로서 공부부터 시작해 자격증 전환까지 총 1년 2개월이 걸렸다.


나는 당시 Medical Clinic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빨리 ECE로의 이직을 꿈꾸었다.

친정엄마의 허리 수술로 인해 갑작스럽게 한국방문이 결정되었고 나는 이를 계기로 병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9월 중순부터 ECE구직활동을 시작했다.

병원에서 1년 반 이상 근무해 본 경험으로 다음 직장은 무조건 집 근처로 구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Indeed, 헬로밴 등에서 ECE구인광고를 살펴보지만 집 근처의 직장을 찾을 수 없었다.

무조건 집 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지 역에서 차 타고 5분 거리로 타협해 볼까? 고민할 때 즈음

밴쿠버 네이버 카페 '헬로밴'한 구인광고가 올라왔다.


그곳은 집 근처 걸어서 8분 거리인 홈 데이케어였다.

직장 Benefit만 생각하고 큰 데이케어만 지원할 생각을 했는데 홈 데이케어는 의외로 장점이 많았다.

간단히 면접을 보고 그날 오후 늦게 합격소식을 들었다.

그날 면접은 점심시간에 진행되었는데 나를 뺀 모든 면접자가 벨을 눌렀다고 한다.

어린이집 경력은 전무했지만 아이는 키워봤으니 안다.

'그 시간대는 아이들에게 낮잠시간'이라는 것을.


늘 아이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하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하루를 시작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여유가 넘쳤다.

아침에 일어나 필요한 집안일을 한 후 아이들 도시락을 싸고 운동까지 했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렇게 아이들 학교 등교시간에 맞춰 함께 집을 나서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직장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하교 후 간식을 먹고 TV시청을 하며 쉬고 있으면 내가 퇴근을 한다.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면서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가질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캐나다의 어린이집은 daycare라 부른다. 교육보다는 케어 중심이다.

공립교육의 시작인 kindergarten을 나이가 되면 preschool이라는 곳에 가기도 한다. 아이가 공립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데이케어에 보낼 것인지 프리스쿨에 보낼 것인지는 부모가 정한다. 프리스쿨은 케어보다는 교육중심이다. 킨더에서의 교육을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는 곳이라 있다. 프리스쿨에서 한번 발론티어로 일해 적도 있고 둘째 아이의 킨더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수업방식이나 분위기가 거의 흡사했다.   


내가 일하는 곳은 Infant Toddler center이다. IT센터는 영아부터 3세 전까지의 아이들을  케어한다.


8.45분에 출근을 하면 오너와 함께 2명 또는 3명의 아이들이 나를 반겨준다.

보통 IT센터의 오픈과 클로징은 IT자격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얼마 전 ECE Basic에서 IT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출근을 하고 9시 정도가 되면 나머지 아이들이 등원을 한다.

우리 센터는 IT센터이기 때문에 Ratio는 1:4이다.

즉 선생님 한 명이 볼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명이다.

(3-5세 대상 ECE의 Ratio는 1:8이다.)


데이케어 일상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7.30분 오너가 센터 오픈을 한다.

9시가 되면 간식을 먹는다.

간식 후에는 기저귀 가는 시간이다.

기저귀를 갈고 장난감을 정리하고 15분-20분 정도의 서클 타임을 한다.

서클 타임 후에는 바깥놀이 시간이다.

우리는 홈 데이케어여서 뒷마당으로 바깥놀이를 나간다.

1시간 후 손을 씻고 들어와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1시간 후에 기저귀를 갈고 낮잠시간을 갖는다.

2시간 반정도의 낮잠시간이 끝나면 기저귀를 갈고 오후 간식을 먹는다.

자유롭게 놀면서 부모님을 기다린다.

3시 반부터 한 명씩 하원하기 시작하고

4.45분이 되면 나는 퇴근한다.

그리고 오너가 5.30분에 센터 클로징을 한다.


병원에서 일할 때는 정말 손이 열개라도 모자랐다.

동시에 해야 할 일이 7-8가지 일이 넘었기 때문이다.

수능 이후로 이렇게 머리를 써 본 적이 있는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가끔 데이케어에서 일하는 집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했고

시간이 빨리지나 데이케어에서 일하는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상상했었는데

드디어 내게도 그날이 온 것이다.


영어이름이 따로 없는 나는 아이들에게 이름을 열심히 알려주고 연습시켰다.

보육교사로서의 경력이 전무했지만 아이 둘, 특히 아들을 둘이나 키워본 나는 모든 것에 자신감이 넘쳤다.

서클타임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유튜브가 있다.

오너는 나에게 "샘 하고 싶은 거 다 해요"라 말하며 늘 격려해 준다.

아이들도 신나고 나는 더 신난다.

그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집중을 잘하는지 책 읽는 시간이 되면 모두들 집중하며 내 얼굴을 바라본다.


나는 육아가 체질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아들 둘을 낳았다는 것이고 가장 행복한 일은 그 아이들을 기쁨으로 육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신생아시절

두 시간마다 일어나 젖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일이 내게는 기쁨이었다.

우연히 tv에서 본 영화 '82년생 김지영'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며 경력단절로 인해 힘들어하는 육아맘의 고충을 그린 영화이다.

나 역시 결혼 전 그 누구보다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었는데 난 그 영화의 단 한 장면도 공감하지 못했다.

난 임신을 할 때마다 나에게 진정한 쉼을 주었다며 너무나 기뻐했었다.

고3 final수능 강의를 앞두고 둘째를 임신을 했다.

고민 후 학원에 퇴사를 고했으나 학원원장님께서 고3들에게 중요한 시기이니 그만두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셨다.

그 일로 난생처음 정신을 잃고 쓰러져 119에 실려갔지만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난 임신으로 인한 휴직이 행복했다. 나에게 진정한 쉼과 행복을 선물해 준 내 두 아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평생 내 아이만 예쁜 줄 알았는데 남의 아이도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내 이름을 가르쳐놓으니 얼마나 뿌듯한지 집에서도 내 이름을 부른다는 학부모의 말을 들었다.

센터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뛰어와 영주! 영주! 를 외친다.

그리고 소파를 손으로 가리키며 영주! Sit!이라 말한다.

난 출근을 하자마자 그곳에 앉아 아이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며 인사한다.

소통하며 사랑해 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달려간다.

"영주, help please."라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어느 날 오너가 사진을 한 장 보내줬는데 나의 퇴근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떠나는 내 뒷모습 조금이라도 보길 원하는 그 간절함은

사진 속 엘라(11월생 막둥이)의 성난 근육이 말해준다.

매일 만나지만 헤어질 때면 '한 번이라도 더 볼걸'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우린 그런 관계다.  

서클타임도 나와 아이들에게는 'Fun' 그 자체이다.

비록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반복학습의 힘을 믿으며 열심히 요일, 날씨, 월, 계절, 숫자, 알파벳을 가르친다. 어느덧 아이들은 본인들의 생일이 있는 달도 기억하게 되었다.

바깥놀이는 보통 뒷마당으로 나가는데 한 달에 한번 소방훈련을 위해 아이들 8명을 데리고 근처 대피장소로 걸어간다. 그날이 되면 아이들은 동네 인싸가 된다.

이 작은 아이들이 규칙을 알고 지키는 것이 얼마나 귀엽고 기특한지 대견할 뿐이다.  

소방훈련이 끝난 후 우리는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신나게 뛰어놀기도 하고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점심시간에는 함께 밥을 먹는다.

8명의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싸왔는지 얘기해 주기도 하고 , 본인 음식을 가리키며 "what is this?"라고 질문하기도 한다.  cucumber가 그렇게 귀엽게 발음되는 단어였는지 예전에는 몰랐다.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영어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발음을 고쳐주고 문장을 알려주면 그대로 따라 해 보지만 여전히 귀엽다.

평생을 내 아이만 예쁠 줄 알았는데 남의 아이도 이렇게나 진심으로 사랑스러울 수 있구나 생각이 든다.


오후 간식을 먹고 하원을 기다리며 자유놀이를 시작한다.

딸이 없는 나는 마음껏 여자아이들의 머리를 묶어준다.

양갈래로, 위아래로 내 마음대로 욕심이 나는 대로 최대한 예쁘고 깔끔하게 꾸며본다.

한 아이의 엄마는 어쩜 그렇게 땋은 머리를 잘하는지 너무 예쁘다며 칭찬해 주기도 한다.


하원하며 만난 부모님들에게 아이들 칭찬을 넘치게 한다.

학부모였던 나는 학부모가 '원하고 듣고 싶어 할 만한 말'만 골라서 폭풍칭찬을 한다. 

말이 늦는 것 같아 자폐를 의심하며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다.

발달속도는 아이들마다 다 다르다며 학부모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 붙인다.

"He is the ONLY one who can turn off the toy camera when he is done playing."

다 놀고 난 후 카메라 장난감 전원을 끄는 유일한 아이가 당신 아이라며 칭찬해 준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Thank you라 말한다.

그리고 그녀도 한마디를 덧 붙인다.

아이와 함께 월마트에 갔는데 다른 물병이 쏟아지지 않게 확인해 가면서 진열된 물병을 꺼내 들었다고 한다.

Amazing 하다!! 외치고 박수를 치며 하원을 시킨다.

학부모님도 나도 그리고 아이도 행복하다.


실상은 사실 많이 다르다.

똑같은 장난감이 여러 게임에도 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만' 좋아 보이는 걸까? 

장난감을 정리하는 시간마저 싸우기 일쑤다.

치울 장난감이 널리고 널렸는데 '저 친구가 치우고 있는 저 장난감'을 '꼭' 치워야겠다는 아이들.

We share!

Be gentle!

Take turns!

수십 번을 외쳐보지만 내 목만 아프다.

말을 안 들어도 싸우고 고집 피워도 괜찮다. 다치지만 말아다오! 간절히 외쳐본다.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운 아이들 덕분에 난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돈주고도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예쁜 미소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워 하루종일 코워커와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그렇게 나는 돈을 번다.  세상에 나처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병원에서 일할 때는 매니저님, 의사 선생님, 환자분들이 넘치도록 맛있는 음식과 간식을 가져다주셨지만 먹을 시간이 없었다. 공식적으로 쉬는 시간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산적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하루에 3번 여유가 넘치게 먹는다.

아침 간식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내 간식을 먹고

점심시간에 더 여유롭게 내가 싸 온 점심을 먹는다.

딱 출출할 시간인 오후 간식시간에도 내가 싸 온 맛있는 그릭요거트홈메이드 그래놀라바로 영양을 채운다.


병원에서 일할 때는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병원일에 신경 쓰곤 했다.

내 근무시간 동안에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해 놓고 퇴근을 한다고 해도 불안해서 늘 전화를 체크하곤 했다.

하지만 데이케어는 금요일 아이들 하원을 끝으로 월요일 오전 출근 전까지 모든 것을 잊는다.

그렇게 해도 전혀 지장이 없으니 마음 편히 가족들과 내 주말을 즐긴다.


가끔 남편에게 이런 고백을 한다.

"내가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너무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주님이 아셨는지 남은 2년 동안 웃으면서 놀면서 즐기면서 돈 벌 수 있는 은혜를 주셨다"라고 말이다.

큰 아이는 한 교회 집사님에게 "우리 엄마는 웃으면서, 아이들과 놀면서 돈을 벌어요." 자랑하기도  한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의 Last name까지 꼭 외워야지 다짐한다.

수십 년 후 내가 맡고 있는 이 8명의 아이들 중에 캐나다 총리가 나올 수도 , 유명인사가 되어 TV에서 만날 수도 있을 거라 상상하며 말이다. 


마테오!

첫 출근하여 코워커에게 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어.

말을 제일 안 들어서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난 여유롭게 응수했지.

"저희 집에 마테오 같은 애가 하나 있어요. 7년째 키우고 있네요."

난 네가 전혀 힘들지 않았어. 오히려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빠가 없다는 사실에 늘 마음이 아팠지. 네가 잠꼬대로 daddy를 외치며 울 때 선생님도 같이 울었어. 엄마말씀 잘 듣고 훌륭하게 잘 커서 꼭 아빠를 찾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는 우리 마테오가 되기를.


에드리스!

덩치는 제일 크지만 작은 소리에도 놀래 헐레벌떡 뛰어와 선생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What's that sound?"를 무한재생하는 너.

날파리가 손가락에 앉으면  몸서리를 치며 놀래는 우리의 귀염둥이!

엄마는 늘 다이어트식을 싸주는데 그 통통한 살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널 생각하면 선생님은 너무나 흐뭇하단다. 네가 아파서 안 오는 날에는 심지어 아쉽기도 해.

리 데이케어는 네가 있어야 완전해지나 봐. 

엄마아빠의 선한 미소와 순수한 마음을 물려받은 우리 에드리스!  모습 그대로 자라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미치는 네가 되기를 바란다.


미아!

미니마우스를 좋아하는 우리 데이케어의 '위로자' 미아.

내가 하품하다 너에게 걸리면 넌 늘 나에게 묻지.

"영주, Are you tired?"

네 앞에서 처음 재채기를 하던 날

게 말했어 "영주, Bless you!"

바보같이 문에 찝혀 피멍이 든 내 손가락을 처음 발견한 것도 우리 미아고 그 작은 피멍이 없어질 때까지 확인한 것도 바로 우리 미아지!  '만인의 위로자' 우리 미아가 되길 바라며!!

너 같은 '딸' 나는 왜 없는 걸까?


쥴리!

흑인인 아빠와 백인인 엄마의 피를 적절하게 받아 완벽한 인형미모를 소유한 우리 쥴리.

내 모든 말과 말투를 따라 하고 무한반복하며 연습하는 너. 내 마음을 다 꿰뚫어 보는 듯한 너는 우리 데이케어의 똑순이! 나의 서클타임을 누구보다 좋아하며 하루라도 안 하는 날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널 위해 오늘도 선생님은 열심히 서클타임을 준비해. 고마워  선생님을 자극시켜 줘서.


테아!

"딸도 딸 나름이구나!"를 매일매일 느끼게 해주는 우리 테아.

구강기를 가장 임팩트 있게 지내고 있는 우리 테아!

Out of your mouth!

하루에 골백번을 얘기해도 늘 여전히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입에 넣는 우리 테아야.

이거 비밀인데, 우리 데이케어 선생님들은 네 미소를 제일 좋아한단다.

테아손은 두꺼비손!

래서 눈에 보이는 온갖 벌레를 다 손으로 때려잡는 너의 반전 매력 또한 사랑할 수밖에 없지.


세바스찬!

정말 하루종일 울던 우리 수찬이었는데 어느새 커서 이제는 신발도 혼자 신고 벗는 형아가 되었구나.

매일 치킨너겟을 메인메뉴로 먹는 너, 보라색이 된 엉덩이를 보고 놀라 물으니 블루베리를 박스채로 먹었다더구나. 어제 새로 가져온 내 팔길이만 한 물통은 어떻고? 중간이 없는 우리 수찬이와 수찬이 가족을 보며 우리는 늘 웃어. 그리고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혹시 엄마가 매일 치킨너겟만 싸줘서 삐져서 그러는 거야? 우리는 늘 기다리고 또 기다려.

우리 수찬이가 수다쟁이가 될 바로 그날을! 


밋다!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아 그런지 늘 온몸에 힘이 없는 사밋다!

아빠가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있다며 자꾸 한국말을 물어보셔. 어제는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발음하셔서 순간 한국사람인줄 알았지. 몸에는 늘 힘이 없지만 너의 눈빛은 늘 또렷하고 살아있지. 가끔은 우리를 응시하는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이유 없이 숙연해지기도 해. 고기와 생선 없이도 넌 충분히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겠지? 우리의 걱정이 기우(杞憂)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엘라!

11월생 막둥이 우리 엘라!

네가 처음 데이케어에 온 날이 기억난다. 어찌나 울던지 내 품에 안겨 잠든 너를 보며 그동안 잊었던 임신에 대한 욕심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어. 보고 또 봐도 신기한 파란 눈과 매일 벌크업을 하는듯한 너의 근육질 몸을 보며 우리는 늘 행복하단다. 집에서는 언니에게 치이고 데이케어에서는 친구들에게 치이지만 탄탄하고 성난 너의 그 근육으로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가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