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교차 고용정책이 필요
"한 세대의 고용 불안은 다음 세대의 미래를 흔든다."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에는 이중의 역설이 존재한다. 청년은 일자리 진입에 실패하고, 중장년은 조기 퇴직으로 밀려나며, 고령층은 생계를 위해 또다시 일을 찾아 나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6.5%에 달하고, 65세 이상 고령층의 3명 중 1명은 생계형 노동을 하고 있다. 중장년은 50대 중반에 경력 단절을 겪으며, 재취업 시 대부분 임시직이나 단순직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이처럼 고용의 고리는 끊어짐 없이 이어지지만, 동시에 세대별로 악순환이 중첩되고 있다.
고용 불안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이고 세대적인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청년은 ‘취업 대기자’로 수년을 보내고, 중장년은 경력 단절 후 소득 급감, 고령층은 고단한 생계노동으로 건강을 잃는다. 고령층의 과도한 노동은 산업재해 증가, 건강 악화, 복지 의존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고리는 결국 전체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고용 정책은 세대별로 단절된 ‘각자도생형’ 전략에 머물러 있다. 청년에게는 스펙을 쌓으라 하고, 중장년에게는 자영업을 권하며, 고령층에게는 생계형 노동을 방치한다. 이 결과는 무엇인가? 세대 간 신뢰의 붕괴, 사회 통합의 실패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대통합형 고용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청년층을 위한 '진입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중소기업 근무자에 대한 임금·복지 격차 완화, 지역 청년일자리 지원 인프라 확대, 플랫폼 노동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독일의 듀얼시스템처럼 학교-직무-현장 연계 구조를 도입하여 실질적 취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과 연계한 맞춤형 채용 지원도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중장년층에게는 '전환 사다리'가 필요하다. 은퇴 전 직무 재설계 및 직업훈련을 통해 생산가능 연령층의 지속고용을 유도해야 한다. 퇴직자 대상 재취업센터를 지역마다 확대하고, 프리랜서·자영업자에 대한 소득 안전망을 법제화해야 한다. 특히 '중간고용지대(Middle Job Zone)'를 제도화하여 60세 이상 고용 유지를 위한 탄력적 근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고령층을 위한 '존엄 있는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한 고용연장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분야(돌봄, 안전, 지역문화 등) 중심의 고령 친화 직종을 발굴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중심으로 매칭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또한, 기초연금, 주거복지, 산업안전 기준 등과 연계한 노후 보장형 고용 모델이 병행돼야 한다. 고령자의 생계형 재취업이 청년과의 일자리 경합을 낳지 않도록 세대균형 관점의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넷째, '세대연계형 일자리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과 중장년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은퇴 고경력자와 청년이 협업하는 ‘세대 멘토링 기업’ 모델을 육성해야 한다. 일본 나가노현의 고령자-청년 협업 관광 상품화 사례, 정부가 추진 중인 ‘세대상생 멘토링사업’ 등이 참고될 수 있다.
다섯째, 인센티브 중심의 ‘상생고용장려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계속고용장려금과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을 연계해, 양 세대를 함께 고용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최대 30%까지 확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출처: 기획재정부, 2024). 이러한 구조적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기업의 고용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여섯째, 정책 설계에 있어 세대균형의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청년 정책 예산은 약 5조 원, 노인 복지 예산은 약 40조 원 규모다. 공공자원의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개혁에 ‘세대별 부담 조정 원칙’을 도입하고, 청년층의 주거·고용 예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실버 민주주의’의 정치 구조 속에서도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적 대표성 확대(청년 의원 쿼터제 등)도 필요하다.
세대 간 고용정책은 단순한 대립 구도를 넘어서, 사회 전체가 지속 가능성을 회복하는 열쇠다. 이제는 각 세대가 '경쟁자'가 아니라 '연결자'로 기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해법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에 있으며, 그 구조는 세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질서로 재편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미래세대 고용전략의 출발점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전문가.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charly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