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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면 ➌

– 죽음을 막는 책임은 지금부터다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밀폐된 맨홀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가스가 있다”는 마지막 외침을 끝으로, 그는 이 땅에서 사라졌다. 유해가스 측정은 없었고, 산소마스크도 지급되지 않았으며, 안전관리자는 부재했다. 하청에 재하청, 그리고 다시 재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방치 속에서 생명이 사라졌지만, 그 누구도 사전에 그 죽음을 막지 않았다. 이 죽음은 예외가 아니라, 시스템의 반복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첫 공식 명령을 내리고자 한다. 지금 이 죽음의 고리를 끊기 위해, 반드시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끝까지 집행할 것이다.


2020년 부산의 하수도 작업장, 2023년 김해의 오수관로, 2025년 인천의 맨홀. 해마다 같은 공간, 같은 조건, 같은 이유로 노동자가 죽었다. 밀폐공간 작업의 위험성은 수차례 지적되어 왔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마련되었지만, 이 제도는 ‘사고 이후’에만 작동했고, 사전 예방에는 실패했다. 고용노동부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나는 이 역할을 더 이상 “사후 조치의 주무부처”가 아니라,
“죽음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국가 감시기관”으로 전환할 것이다.


첫째, 모든 밀폐공간 작업과 고위험 용역은 ‘사전생명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고용노동부의 공식 사전 승인을 받지 못한 작업은 어떤 경우에도 시작할 수 없도록 하겠다. 이 보고서는 유해가스 측정 기록, 작업자 보호장비 보급 여부, 안전감독관 배치 계획, 교육 이수 명단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허위 보고 시 사업주와 발주처에 형사처벌이 병과 된다. 건설기계 정비나 수술처럼 고위험 작업이기 때문에, 안전은 절차가 아니라 입구에서부터 점검되어야 한다. 나는 이 제도를 ‘작업 개시 생명검사’라 명명할 것이다.


둘째, 고용노동부 산하에 ‘중대현장 기동감독단’을 신설하겠다. 기존의 정기 점검 중심 구조로는 위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기동감독단은 신고 없이 무작위로 투입되며, 작업 전 단계에서 실시간 안전 조치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경찰처럼 출동권과 고발권, 사업중지권을 함께 가지며, 지자체 및 발주기관과의 협조 체계 속에서 즉시 현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동감독단은 지역별로 순환 운영되며, 자체 감시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고 가능성이 높은 현장을 선별적으로 추적한다. 단속의 무게가 아니라 실행의 속도를 앞세운 조직이다.


셋째, 모든 중대재해의 발생 이후에는 ‘48시간 이내 대응체계’를 법제화하겠다.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고용노동부 사고대응본부가 가동되고, 12시간 내에 현장조사가 개시되며, 24시간 내에 1차 중간보고, 48시간 내에 조치 결과가 공표된다. 또한 반복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해 연속지표’를 도입하여,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되면 발주기관과 원청의 입찰 참여를 제한한다. 죽음이 발생한 이후의 행정이 더디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방조다. 나는 이 보고 시스템을 ‘국가 생명대응 타임라인’으로 구축하고, 모든 부처와 지자체에 연동되도록 만들 것이다.


이 모든 제도와 구조를 작동시키기 위해, 나는 산업안전본부를 고용노동부 내 독립된 실·국급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현장 노동자의 제보와 실시간 모니터링이 반영되는 ‘산업 생명 플랫폼’을 전국 단위로 구축하겠다. 이 플랫폼은 실시간 위험 알림 기능, 사진·음성 업로드, 현장 안전지수 시각화 기능 등을 포함하며, 국민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한다. 공공의 눈과 정부의 손이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 한, 산업안전은 이름뿐인 구호에 그칠 것이다.

대통령은 말했다. “일터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


그 명령이 선언이 아닌 실행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책무다. 나는 모든 안전 기준을 법으로 만들고, 그 법이 현장에서 즉각 작동하도록 행정의 리듬을 재설계할 것이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죽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는 다시 묻지 않겠다. “왜 또 이런 사고가 났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지금 바뀌고 있는가?”를 답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오늘부터 움직여야 한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charlykim@hanmail.net).


https://newskorea.cn/news/view.php?no=5495#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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