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35

백년손님 백년종년

by 사라최



>> 착한 며느리는 쓰레기통에



방학이 되어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종연은 의젓하게 각자의 자리에 앉아 기내식도 척척 먹고 기내 안 영상도 스스로 보는 행복이와, 기쁨이 사랑이를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된 듯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종연의 인생을 반으로 가른다면 아이들이 있을 때와 아이들이 없을 때라고 생각할 만큼 아이들은 종연에게 지지 않는 꽃밭이다.


종연과 아이들은 국내선 1번 국제선 2번을 타고 16시간 만에 추레하게 서울 시댁에 도착했다.

종연과 아이들은 2개월의 방학 동안 한국에서 휴가를 보낸다.

손임은 2주간 휴가를 받고 한국에서 아이들과 마지막 2주를 지내다가 함께 치타공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종연과 아이들만 먼저 한국에 입국했다.

어머님은 반갑게 가족들을 맞이해 주었고 아이들도 미주알고주알 할머니, 할아버지와 밀린 얘기를 하느라 정신없다.

하지만 아침 7시경에 도착한 종연과 아이들을 위한 아침 식사는 없다.

종연은 지금까지는 하고 싶은 말을 아끼고 본인이 아침을 준비했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머님 저희 지금 16시간을 비행기 타고 왔어요.

아침을 준비하기엔 제가 너무 피곤하네요.”

어머님은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나는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수가 없다.

난 아들만 셋이라서 요리를 잘할 필요가 없잖니.

며느리들이 있는데…”

종연이 예상한 답변이다.

어머님은 아들들만 키웠기에 요리할 필요가 없다고 자주 말씀하셨었다.

“네. 그럼 저희는 나가서 먹고 올게요.

어머님, 아버님은 나가서 드시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니까 집에서 드시고 계세요.

얘들아. 우리 편의점 가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오자.”

아이들은 신나서 소리쳤다.

“네 엄마!! 한국 편의점 간다. 얏호!!!”

종연과 아이들은 짐을 내려놓은 채 바람처럼 나가 버렸고 어머님은 뜻하지 않게 홀로 남겨졌다.


종연네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을 때면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을 안 먹고 점심부터 먹는다.

종연은 미리 말씀드렸다.

“아침은 저희 모두가 안 먹으니 어머님, 아버님 아침은 알아서 챙겨 드세요.”

종연은 시댁에서 착한 며느리를 내려놓고 불편하더라도 할 말은 하는 며느리가 되기로 했다.

한번 물꼬를 트니 무엇 때문에 겁을 먹었는지 한심했다.

서울 시댁에서 3주를 지내는 동안 종연은 조심스럽지만 조곤조곤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종연네 가족은 남원에서 한 달을 지내고 손임이 한국에 도착해 처가에서 머물다가 치타공으로 들어가기 전 다시 시댁으로 갔다.

열흘 후면 휴가가 끝나고 치타공으로 출발한다.

손임은 이전과 다르게 시댁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종연의 음식 준비도 도왔으며 설거지도 했다.

종연이 부탁하고 얘기해도 대답만 했던 손임은 확실히 달라졌다.

하지만 어머님은 내심 못마땅했다.

금과 옥 같은 생때같은 아들이 집안일을 하다니.. 본인도 아까워서 잘 안 시켰던 아들을 말이다.

게다가 며느리는 ‘이래라, 저래라’ 아들을 시켜 먹고 있다.


집안일 중에 분리수거는 진짜 손이 많이 간다.

치타공에서는 분리수거를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오면 제일 적응 안 되는 것이 분리수거다.

종연은 꽉 찬 분리수거통을 보고 손임을 불렀다.

“자기야. 분리수거하러 같이 가자.”

손임의 뒤로 어머님도 따라오셨다.

“어머 얘. 이런 걸 뭐 두 사람이나 가니.”

종이 쓰레기며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 박스다. 혼자서 하려면 2번 왕복은 필수다.

하지만 등빨 건강한 손임이면 한 번에 갈 수도 있다.

종연은 맞장구치며 말했다.

“맞아요. 같이 갈 필요 없겠네요.

자기야 자기 혼자 다녀와.

난 사랑이랑 그리던 그림을 마저 그리고 있을게.”

종연은 종연의 등 뒤로 뭐라고 말씀하시려는 어머님을 바라보며 ‘쉿.’ 손가락을 입에 대는 손임의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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