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백년손님 백년종년

by 사라최


>> ‘부부’라는 이름의 사랑



종연과 손임은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말이 없다.

둘은 결혼한 지 15년 차다.

침묵을 깨고 종연은 손임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자기야. 지난 5년간 내가 기댈 수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되어 줘서 고마워.

자기의 노력이 내 안의 묵은 감정들, 그 퀴퀴한 냄새까지 다 없애 줬어.

내가 아프다고 소리칠 때, 자기랑 못 살겠다고 발을 구를 때 안아주고 받아줘서 고마워.”

손임은 울고 있다.

손임은 더 이상 침묵하고 무심한 남편이 아니다.

“자기야… 미안해..”

종연은 손임을 다독였다.

“내가 미안해. 난 자기만 미루고 회피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나도 미루고 있었더라고..

‘말하지 않아도 해 주겠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말하고 싸우기를 미뤘던 거야.

그때그때 쌓아두지 말고 계속 남편을 붙잡았어야 하는데..

그래야 내 썩어가는 감정의 폭발로 나랑 자기가 다치지 않는 건데 말이야.”

손임은 종연에게 주었던 뾰족한 상처들이 조각조각 마음을 후벼 팠다.

“난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 자기보다 나를 더 사랑한 채 결혼 생활을 했어.

자기한테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 난 가늠이 안 돼.

그럼에도 내 곁에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

종연은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손임으로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가 분명히 있었다.

“갈라서고 싶었어 정말.

난 아직도 가끔 꿈에 넷째의 허망한 울음소리가 들리거든.”

손임이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당신은 확실하게 돌아서서 절대 방향을 바꾸지 않고 나를 보고 있잖아.

자기가 시댁에서 나를 보호하고 지지해 주는 듬직한 남편이 되어줘서 기뻐”

손임은 종연을 욕하고 나무라는 시댁에 어떤 식으로도 동조하지 않았고 이후 종연에게 며느리 노릇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손임은 묵묵히 자신의 방법으로 시댁으로부터 종연을 지켜줬다.


종연과 손임의 테이블 앵글이 멀어지고 주변이 선명해졌다.

이곳은 종연이 손임을 처음 만나 함께 갔던 길모퉁이 작은 카페다.

손임과 종연은 15년 전 처음 서로를 만나 첫눈에 반했던 그때로 돌아간 듯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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