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백년종년
종연은 오랜만에 입어본 정장이 잘못 그린 그림에 덧칠해 놓은 것처럼 어색하다.
얼마 만에 입어보는 정장인가?
오늘은 치타공 한인교회 권사님의 아들 결혼식이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6월 초입..
반쪽을 만나 결혼하는 신랑의 얼굴이 의기양양한 개선장군을 연상케 한다.
권사님께서 아들의 결혼준비를 위해 한국으로 떠나시기 전 함께 교회를 다니던 연우 엄마와 지성엄마, 종연이 식사 자리를 가졌다.
권사님은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확실히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어.
우리 때 결혼은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었는데 이제는 지들이 먼저라니까..
예단, 예물 아무것도 안 하고 커플링만 띡 맞추고 끝이야.”
종연이 놀라서 물었다.
“결혼반지도 안 했어요? 대단한 결단이네요.”
권사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예단, 예물은 나도 형식적이라서 더는 고집부리지 않았는데 다이아 반지를 안 하니까 결혼이 아니라 애들 소꿉 장난하는 것 같아서 몇 번을 설득했는데 씨알도 안 먹혀.”
연우 엄마 주변에서도 예단, 예물 생략하는 것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다.
“요새는 예단, 혼수 같은 거 많이 건너뛰더라고요.
신혼여행 경비에 보탠다거나 집값에 충당하기도 하고요”
권사님이 맞장구치면서 말했다.
“우리 아들이랑 며느리는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보름이나 가기로 했어.
연우 엄마 말처럼 예물 대신 신혼여행에 신경을 많이 썼지.
며느리가 신혼여행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
내가 그렇지 않아도 며느리한테 너무 사치스럽지 않냐고 넌지시 얘기했지.”
지성 엄마는 종연과 의미 심장하게 눈빛을 교환하며 말했다.
“에이. 권사님도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네요. 하하.
며느님이 예물, 예단, 다이아 반지도 안 하고 신혼여행에 투자한 건데 사치라니요.
그리고 아드님도 같이 결정한 신혼여행인데 며느리한테만 사치 부린다고 말씀하시는 건 반칙이에요 하하.”
권사님은 자기 같은 시어머니는 없다는 듯 펄쩍 뛰며 말씀하셨다.
“아이고 난 시짜 짓 안 해.
유럽으로 보름이나 떠난다니 여행비가 만만치 않은 가격이더라고.
그래서 그랬지.”
종연은 권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자식을 가진 사람들의 마인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들은 한국에서 만난 치타공 친구들과 예식장 곳곳을 다니며 치타공이 아닌 한국에서의 만남을 자축 중이다.
종연은 결혼예식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종연도 언젠가는 장모와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종연은 끊임없이 다짐하고 되새긴다.
내 아이가 우선이지 않는 엄마도 있을까? 모성은 본능이다.
하지만 그 경건한 모성을 내 아이만 우선하는 것으로 변색시키지 말자.
모성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자식 제치고 자기 새끼만 둥가둥가 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말할 것이다.
“모성은 남의 자식을 희생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