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백년종년
어머님은 예상대로 온 시댁 가족들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며느리 타령을 하며 종연을 공격했다.
하지만 종연은 홀가분하게 관계를 끊을 명분을 준 어머님께 감사하며 시댁과의 왕래를 끊었다.
종연의 엄마는 종연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그래도 며느리가 할 건 해야지. 시어머니가 그런다고 너도 똑같이 하면 어쩌냐”
종연의 엄마는 시댁에서 종연에게 취한 액션이 옳고 그른지에는 관심이 없다.
엄마는 ‘갑’을 행사하는 시댁에서 종연의 위치가 ‘을’ 임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마치 아빠가 종연에게 행했던 부당함보다 어린 시절 종연의 말대꾸가 더 큰 잘못이라고 나무랐던 것처럼 말이다.
종연은 엄마를 가만히 바라봤다.
묵묵 했던 엄마, 순종했던 엄마, 침묵했던 엄마, 인내했던 엄마, 뺏겼던 엄마, 양보했던 엄마…
여러 가지 엄마의 모습이 종연의 눈에 비쳤다.
엄마는 오랜 세월 “부당함을 딛고 긍정적으로 살아남기’를 체득한 어른으로서 딸에게 불합리하지만 견디며 사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설파했다.
“지금 어머님이 저러셔도 종연이 네가 참고 잘하면 언젠가는 시댁에서도 인정받고 고마워할 거야. 어떻게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니?”
종연이 말했다.
“엄마는 내가 오른뺨을 맞았으니 왼 뺨까지 내어 주라는 거야?
같이 5리를 가자 하면 10리까지 가 주라고?
내가 오른뺨 맞고 왼쪽 뺨을 내어줬더니 ‘옳다구나’ 하고 때리더라.
5리 말고 10리까지 같이 가 줬더니 20리까지 안 가줬다고 화를 내.
엄마. 시댁에 인정받으려고 내 몸과 맘이 병드는 것보다 난 그냥 미움받고 나를 지키기로 했어.”
엄마는 자신을 지키기로 했다는 종연의 말이 별나라 언어같이 낯설었다.
종연의 엄마는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 몸과 마음으로 치른 무수한 대가들을 생각해 보다가 다른 사람들의 만족을 위하느라 자기 자신을 얼마나 모른 척했는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사랑하는 딸에게 불합리한 인생을 훈장처럼 여기며 살라고 종용하고 있다.
잠시 첫째 딸을 그윽이 바라보던 엄마는 정답을 찾은 수험생처럼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 종연아. 엄마처럼 살지 마라.”
엄마의 한마디에 종연은 비로소 어린 시절, 가정에 분란을 일삼던 천덕꾸러기 장녀에서 벗어났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