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39

백년손님 백년종년

by 사라최


>> 내 아들과 남의 집 딸년



어머님은 후에 종연이 남원에서 서울 시댁에 도착해 손임이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종연을 나무랐다.

“이제 며느리 노릇 안 할 거니?

어쩜 전화도 한 번을 안 하고 서울 도착해서 남원 내려갈 때까지 애들이랑 한 번을 안 들를 수가 있니?”

종연은 어머님이 손임이 없을 때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든 본인의 서운함을 말씀하실 줄 알고 있었다.

“어머님. 잊으셨어요? 어머님께서 쫓아내신 거예요. 제가 제 발로 나온 게 아닌걸요.

쫓겨난 며느리는 며느리 노릇을 할 수 없어요.”

어머님은 종연의 당돌한 말에 가시가 돋았다.

“그런다고 진짜 안 오면 어떡하니. 어른이 화가 났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풀어야지.

1년 동안 행복이 돌보느라 고생한 시애미한테 고맙고 미안하지도 않니?

하지만 종연은 잘못한 것이 없다.

“어머님. 제가 잘못한 건 없습니다. 전 단지 제 의견을 말씀드렸을 뿐이에요.

작년에도 전 힘들어서 빨래 너는 것을 부탁한 것뿐이지, 어머님 부려먹은 적 없어요.

감사하다는 인사는 저도 해야 하지만 행복이 아빠도 같이 해야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어머님은 며느리인 저에게만 감사와 미안함을 강요하고 계세요.

행복이는 어머님 둘째 아들의 딸이기도 합니다.”

어머님은 며느리가 한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모습에 질려버렸다.

“잘못한 게 없다고? 어른한테 이렇게 대드는 것만 봐도 잘못한 게 많은데?

종연은 결혼하고 10년 동안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을 어머님의 억지로 무너지게 놔둘 수 없었다.

“딸 둘에 아들 하나 낳고 남편 치타공에서 내조하면서 부족하지 않게 사랑으로 가정 잘 꾸렸어요.

시댁에서 몸조리하면서도 힘들지만 시부모님 열심히 모셨고요.”

어머님은 동의할 수 없었다.

“너만 세명 낳았니? 나도 셋 낳고 키웠다. 애 셋 낳았다고 어디서 유세야?

그리고 시댁에서 몸조리해줬으면 고맙게 생각해야지. 무슨 소리니.”

종연은 그저 애기랑 시댁에 있었을 뿐이지 어머님의 몸조리를 받은 적이 없다.

“어머님께서 무슨 몸조리를 해주셨나요?

애들도 제가 보고 애들과 어머님, 아버님 끼니도 다 제가 차렸는데요.”

사실 어머님은 정말로 종연의 몸조리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줬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종연이 매번 식사를 차려줬던 기억은 생생하다.

특히 2시간여의 치과 치료를 받고 기진맥진해서 돌아왔을 때 끓여준 종연의 닭죽은 그 온도와 혀에 닿던 감촉까지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래 종연이 네가 해줬던 닭죽이 기억나는구나. 참 고마웠지.”

종연은 어머님의 고맙다는 한마디에 뜨끈한 핫케익 위 버터가 녹듯이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림을 느꼈다.

하지만 종연은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네 어머님. 기억하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결혼하고 제 역할을 잘했다고 생각해요.

어머님께서 저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내려놔 주시면 어떨까요?

남편과 너무 다른 대접에 제 마음이 많이 상하네요.”

금쪽같은 둘째 아들 손임과 둘째 며느리에게 같은 대접을 원하다니 어머님은 언감생심 종연의 바람이 말도 안됐다.

“너도 나중에 사랑이 장가보내 봐라.

자기 아들을 우선하고 더 귀하게 대하는 건 당연한 거야.”

어머님의 고맙단 말에 잠깐 흔들렸던 종연의 마음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전 절대, 다르게 대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집 자식이라서 차별한다면 전 사회성 없는 못 배운 사람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어머님은 며느리의 뼈 있는 말에 분노했다.

“어머 얘 봐라. 그럼 내가 사회성 없는 못 배운 사람이라는 게냐?

얘가 시애미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그때 손임이 들어왔고 종연과 어머님은 그렇게 평행선을 달리며 관계가 좁혀지지 않은 채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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