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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Dec 08. 2022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

타오르는 5천만의 붉은 심장,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조별예선 경기 후반전 연장시간. 시계는 이미 후반 45분을 넘어섰지만, 경기의 첫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분 이후로 체감상 10분 정도 지난듯 했다. 그 정도로 90분 내내 치열했고, 집중했으며 손에 땀을 쥐었다. 현재 스코어는 1대 1 동점 상황.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는 16강에 진출하지 못한다. 그간 우리 선수단이 충분히 잘해주어 여한은 없지만 사람 마음이 여기까지 온 이상 또 그렇지만은 않다. 잠 못 이루는 한국의 밤도 밤이지만 카타르 현지의 분위기는 오죽하랴.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함성의 응원소리는 마치 한국의 홈경기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목이 터져라, 아니 터졌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는 계속된다.

Education Stadium_Doha, Qatar

그 때 상대 포르투갈 골문을 뚫고 들어간 날카로운 슛. 90분 동안 꼼꼼하게 만들어냈으며 놓치지않고 잡아낸 기회.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선수의 도움, 그리고 교체투입된 황희찬 선수의 골. 부상을 안고 더 무거웠을 어깨와 다리로 경기를 치뤘을 그들이기에 더욱 이 한 점이 값지다. 그 기쁨이 무시무시한 붉은 악마들도 금이야 옥이야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한다.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고, 덩치 크게만 보였던 포르투갈의 덜미를 콱하고 잡아낸 우리 대표팀은 과연 물맷돌을 꽉 쥔 다윗을 연상케한다. 잔디 위 지쳐 널부러진 선수들의 표정이 여러겹이다. 행복과 감격이 곱게 겹쳐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시작 전 풍경

그러나 기쁨도 잠시, 우리에겐 따져야 할 계산이 있다. 동률의 승점인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에도 주목해야 할 상황. 두시간에 달했던 우리의 경기는 고작 이십분정도 흐른 것 같았는데, 5분 정도 기다려야하는 그들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지금 경기장을 쭈욱 둘러보니 온통 포르투갈 국기로 채워져있다. 우리 선수들, 얼마나 부담감에 짓눌렸을까. 호날두선수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를 보러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 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찾아와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목청을 높였으며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가 배경음악이 되도록 울려퍼뜨렸다. 한국인임에, 이 순간 이렇게 하나됨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교체 투입을 대비해 몸을 푸는 선수들과 경기 직후 모습

그렇게 우루과이와 가나전은 막을 내렸고 함부로 가능하리라 예상못했던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머리 꼭대기부터 저릿하게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 숨이 차오를대로 차올라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이윽고 눈앞에 상황이 인지가 되었을 때, 입에선 높은 음의 외마디 함성만이 나올 뿐. 모두가 언어를 잊고 그저 감격에 젖어 방방 뛴다. 누가 볼테면 보아라. 기쁨은 주체할수 없는 마음 밖으로 한없이 솟구쳐 오른다. 뜨거운 열기가 공기를 덥히고 어느새 눈가를 가득 메웠던 눈물은 땀과 섞여 비처럼 내린다. 그 안에 위로가 담겨있고 안도가 품어있다. 감히 오늘만을 위함이 아니다. 지난 4년,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 장면을 다시 꿈꿨던 모두에게 오로라처럼 넘실넘실 다가와 가득하게 덮힌다.

경기가 끝난후 승리를 즐기는 붉은 악마들과 우리의 태극전사 손흥민

한 번의 중대한 슛팅을 위해 과연 몇 번의 헛발질이 필요할까. 필드 위 저 멀리 떨어진 동료에게 공을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뒤섞이며 신뢰를 쌓아왔을까. 공기의 무게마저 버겁게 느껴졌을 분위기와 압박감을 견디기 위해 순간마다 얼마나 마음을 다잡아야할까. 선수들의 명랑한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바라보며 양손을 모아 입으로 갖다댄다. '이 기쁨이 고스란히 한국에도 전달되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되고 희망이 되게 해주세요.'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역사적인 순간, 언제나 자랑스러운 나의 태극전사와 붉은 악마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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