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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Apr 21. 2023

또 다른 여행지를 향해

알록달록 물든 암스테르담



4월 스케줄은 온통 예상치 못한 선물같은 여행지로 가득하다. 그 중 하나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있을 북유럽 로망이 내게도 당연히 있기에 들뜬 마음은 잔뜩 부풀어 있다. 어릴 적 백과사전에서 보았던 알록달록한 풍차마을의 전경과 푸른 언덕을 빽빽하게 수놓은 노랗고 빨간 튤립들. 엽서 속 사진처럼 아득하기만 했던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설레는가.

Windmill Town_Zaanse Schans, Netherlands

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나 20분 정도 기차를 타면 잔세스칸스 라는 이름의 대표적인 풍차마을이 펼쳐진다. 하늘은 그 어디보다 높고 푸르며 풍차마을이라는 칭호답게 바람은 끊임없는 파도마냥 너울너울 공기를 싣고간다. 저 멀리에는 울타리 안에 풀어둔 양들이 풀을 뜯고 곳곳의 수로에는 오리떼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자유로이 즐긴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하다. 어릴적 읽었던 ‘작은집 이야기’의 한페이지가 나의 우주에 펼쳐진걸까.

아름다운 풍차마을과 스트룹와플

조금 더 마을과 깊이 친해지고자 하는 마음에 안쪽으로 걸어가본다. 그러다 산들바람이 어딘가에서 진한 카라멜 향과 커피의 고소함을 가득 밴체 곁을 스친다. 슬금 허기가 진다. 어디서 전해온 냄새인가 킁킁대며 찾아보니 스트룹와플(얇고 바삭한 와플층 사이 카라멜시럽과 시나몬을 곁들인 네덜란드 대표간식)을 구워주는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초콜릿이 발려진 따뜻한 와플과 진한 블랙커피를 받아 들고 가게 옆 볕이 잘드는 벤치에 자리잡는다. 와플을 한입 베어무니 코에서 느꼈던 향보다 더 짙은 맛이 입안에 퍼진다. 커피와 정말 어울리는 단짝이다.

City Center_Amsterdam, Netherlands

한참동안 바람을 맞으며 초록의 배경에 녹아있다 암스테르담 시내로 향하기로 한다. 목가적인 풍경에서 별로 멀지않은 도심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기차에서 내리니 과연 수로의 나라답게 골목 마다 거리 마다 물이 흐른다. 중심부는 조금 깊고 넓게, 관광선이 충분히 다닐만큼의 크기지만 골목가에는 귀여운 아기수로의 모습이다. 물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한참을 산책한다. 특색있는 이 풍경에 조화로운 자전거들은 그리 급하지 않게, 도시의 리듬 안에서 여기 저기 바퀴를 굴린다.

암스테르담, 자전거의 도시

그러다 한번의 반전. 아직 해가 미처 지지도 않았는데 꽤나 넓은 한 구역 전체가 붉은 등에 물들어 있다. 북적이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통행하고 있고, 나도 전혀 모르는 상태기에 그러려니 지나가다 화들짝 놀랐다. 네덜란드는 성매매와 마약이 합법인 국가란걸 잠시 잊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놓았지만 다시 정신을 번쩍 차린다. 내겐 결코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눈 둘곳이 없어 고개는 앞으로 고정시키고 걸음을 재촉한다. 가슴엔 ‘대체 뭘까’하는 질문이 복잡하게 미로를 그린다.

편의점만큼 흔한 마약상점

세상은 넓고 다양하다. 수없이 들어온 말이지만 늘 내가 직접 봐왔던 범위 내로 한정지은 것 같기도 하다. 존중과 인정. 그 미묘한 사이에 끼어들어간 나의 잣대와 판단. 그래서 선명하지 않은 책임마저 느끼게 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만큼 살아가는 방식은 제각각이며 가치관과 삶의 양식은 더할 나위 없다. 분명 문자로 펼쳐보면 잘 배웠고 잘 알고 있는 듯 한데, 방금 나는 그간의 것들에 우직하게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훅 들어와서 더 그런듯하다.

Singel Flower Market_Amsterdam, Netherlands

그러나 분명 이 곳은 갖가지 색을 품고 있다. 서로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키며. 나는 여기서 그저 아름다운 기억 한 조각을 새겨본다. 부드러운 바람은 아직 내 시간을 흐르고 있다.

여전히 아름다운 암스테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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