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산타는 있다.
친구들도 방울 소릴 들을 수 있었지만 세월이 가면서 아무도 들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도 크리스마스를 믿는 내 귀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방울소리가 들린다._폴라 익스프레스
유럽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나지 않고,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하는 사람들이 사실, 훨씬 많다.
하지만, 한국에도 유럽 못지 않게 예쁘고 낭만적인 공간들과 방법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는 아니여도 작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나라에 얼마나 멋진 크리스마스 점등식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일단, 신세계 백화점은 정말, 너무나도 예쁜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잘 안다. 1년 중, 크리스마스 점등식의 3분을 위해 9개월의 여정을 피땀눈물로 가득 채운 신세계 VMD팀의 인터뷰를 보았다. 12월,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보기 위해 저녁시간만 되면 을지로 입구역 앞엔 사람들이 가득 찬다. 신세계 백화점으로 가는 길목 앞에는 롯데 백화점이 있는데, 이미 그곳도 멋진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들이 가득하다. 그 장식들 사이로 열심히 사진도 찍고,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신세계 백화점 건너편에 도착하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점등식을 보고 있다. 곳곳에서 탄성소리와 흘러나온다. 거대한 신세계 백화점을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쇼는, 정말 환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고작 3분 남짓하는 시간 동안의 쇼이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가 받는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위로는 ‘고작’ 3분이라고 표현하기엔 훨씬 큰 감동이다. 나는 산타를 믿지 않는 어른이었지만, 어른인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항상 고군분투하는 어릴 적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를지언정, 그래도 분명히 우리들의 산타들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명동에 신세계가 있다면, 잠실에는 롯데월드와 롯데타워가 있다. 롯데타워 뒤에는 이미 커다란 트리와 회전목마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로는 롯데월드 성, 매직캐슬의 라이츠업이다. 이것만 보러 롯데월드를 가기 부담스럽다면, 석촌호수로 가, 매직캐슬을 관람하는 방법도 있다. 롯데월드부터 타워까지 다채롭게 관람할 수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오늘은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을 오래 내기 번거롭다면, 사진은 어떨까? 크리스마스 시즌엔 크리스마스 머리띠 같은 장신구들이 준비되어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추억도 남길 수 있어, 소중한 사람 혹은 반려견,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다시는 오지 않을 나를 남겨보자.
당당하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디자인으로는 전세계 탑 3안에는 들 것이다. 저렴하고, 대중화가 되어있고, 맛도 있고 디자인 센스까지 훌륭하다. 아무 프렌차이즈의 매장만 들어가도 훌륭한 퀄리티들의 케익들이 있다. 뿐만아니라, 소규모의 개인카페들마저 완벽한 디자인을 선보이고는 한다. 가격대도 저렴하고, 요새는 도시락 케이크처럼 아주 작은 사이즈도 많이 나오는 추세이니, 케이크로 기분을 내보는 것도 좋다.
저렴하게, 크리스마스 용품을 사서 집에 꾸며두면 괜시리 집에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편의점에서 수입맥주를 잔뜩 쟁겨오고, 평소 좋아하던 맛있는 디저트를 사와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홀짝거리다 보면, 북적북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놀이공원은 크리스마스의 하이라이트다. 온갖 퍼레이드와, 불꽃놀이, 그리고 장식까지. 사실, 개인적인 의견으론, 크리스마스 마켓보다 훨씬 화려하지 않나, 싶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에버랜드의 크리스마스는 정말 말도 안되게 예쁘니, 시간이 된다면, 방문을 강력 추천한다.
이외에, 혼자가 아닌 여럿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면, 제주도는 어떨까?
제주도에 있는 각종 게스트하우스에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수 있는 게스트들이 있다.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우정도 쌓다 보면,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한국에서는 유럽에서 만큼 의 크리스마스 낭만을 쉽게 찾기 힘들다. 폴라익스프레스의 명대사처럼, 어렸을 적 산타에 설레하던 우리들은, 어른이 된 후에는 현실에 치여 크리스마스를 예전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다가오는 이번 크리스마스엔, 그래도 그 하루만큼은, 당신의 귀에도 아름다운 방울소리가 들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