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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Chesky Krumlov

프라하 근교 ; 작은 소도시의 매력

by 결 May

It is only the heart tha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s.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정확하게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_어린 왕자

프라하에 3박 이상 머문다면, 많은 이들이 추천받는 도시가 바로 이 체스키크룸로프일 것이다. 프라하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이곳.


작지만, 또 안 오기엔 너무나도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한 이곳.


크게 마켓이 열리는 프라하와는 달리,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전부인 곳이었다. 붉은 계열의 지붕들이, 장식들과 어울려져 한층,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더해주었다. 마켓이 없는 것은 아니나, 프라하에 비하면 매우 작다.




이곳을 가다가, 우리는 검은색 캐리어가 다른 사람의 캐리어와 바뀌었다.

독일어도, 영어도 못하는 버스기사와 한참을 번역기로 대화를 하다가, 이윽고 우리의 캐리어를 착각하고 가지고 내린 손님과 연락이 닿았다.


생각해 보면, 그때 캐리어를 분실하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캐리어를 끌고 체스키의 언덕을 올랐어야 했으리라.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캐리어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까 봐 고생 좀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공짜 짐 보관소(?)를 얻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번엔 캐리어에 스티커를 붙이던가 해야지...라는 다짐을 한다. 검은색 캐리어는 너무 다 비슷하게 생겼다.



이 날, 가지고 있는 동전을 털어서 유료로 운영되는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웬걸, 화장실 기계가 동전을 먹어버렸다. 남은 잔돈이 없어 쩔쩔매던 차, 손에 때가 가득하고 거지몰골을 하고 있는 덩치 큰 소년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다소 위협적인 비주얼에 당황해, 주춤했는데, 말없이 다가온 그 소년은 주먹으로 쾅, 기계를 내리쳤다. 하지만, 기계는 여전히 우리의 동전을 뱉어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소년은 본인을 따라오라 손짓했다.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민이를 바라보았다. 이게, 맞아? 달리 방법이 없었고,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기에 우리는 조심스레 따라가 보았다. 그는 조용히 한 편의점의 화장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깨끗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러고는 쿨하게 사라졌다. 떠날 때, 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길래, 손을 흔들어주었다. 겉모습만 보고, 위협적인 사람이지 않을까,라고 섣불리 판단한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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