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그날 밤 나는 1년 동안 나를 옥죄고 있던 ‘경영학과’를 떠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경영학’은 나의 적성에 있어서 파국이었다.
그저 경영학과는 기업을 키우려는 CEO나 주식개미가 되기 위해 뜨거운 열정을 품은 학생들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 경영학과라는 학과에서 CEO나 주식개미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런 직업 말고 그저 일본어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내가 어느 직업을 갖든 일본으로 출장을 가게 될 일이 생겼거나, 여행할 때 일본어를 능수능란하게 쓸뿐더러 그 당시에는 일본어 배우는 것이 나의 취미였으니 ‘덕업일치’ 하려면 꼭 일본어학과로 전과해야만 했다.
또, 경영학 수업이 나에게는 수업이 너무 어려웠다.
수학과 결별하려고 대학에 왔건만….
겨우 고등학교 졸업해서 수학을 보지 않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또 경영학 이해를 위해 수학을 배워야 한다 하니 신물이 났다.
이제는 완전한 수학과의 결별을 위해서는 이 학과를 반드시 떠나야만 했다. 즉 전과(轉科)를 해야만 했다.
원래, 나는 내가 지금 재학 중인 학교를 고를 때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 당시 고교성적으로는 ‘1차 추합’을 바라 왔는데 자칫 하면 ‘모두 광탈’이 될 판이었다. 순간 불안을 느껴 아무 학과를 무작위로 선택했는데 그 학과가 바로 그 당시 경영학과였다.
경영학과 입학 당시에는 학과가 나의 적성에 맞다는 착각에 빠졌다. 내가 정말로 가야 할 길을 잃은 채 학과 분위기에 묻어갔다. 그래서 1학년 2학기 마치기 직전에 해야 했을 전과 신청을 놓치고야 말았다.
어느 날 경영학과 전공 수업인 ‘재무관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수업의 문제점은 교수님이 너무 진도를 느리게 나간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주식투자’에 대한 별의별 어려운 용어들과, 내가 보기에 난해한 수학 공식들이 나를 집요하게 스토킹 했다.
그리고 극악인 과제까지 있었다.‘나의 재무해방일지’가 그것이었다.
이 과제는 엑셀 파일로 함수를 풀어야 하는 과제였으니 말 다 했다.
이렇게 나의 고혈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주는 과제를 주는 학과에 더 이상은 있기 싫었다. 그걸 꾹 참고 성실하게 과제를 완성해도 그 교수님은 나를 ‘재테크 하수인’처럼 나를 몹시 나무랐다.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래. 이 학과를 버리자.’ 굳게 마음먹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이때 딱 어울렸다.
그날 저녁부터 나는 학교 누리집에 접속하여 전과 관련 정보를 샅샅이 찾아내었고, 전과 신청서와 사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중간에 학과가 두 차례나 바뀌었다. 우선 일본어 학과에서 사회복지학과로 바뀌었다. 일본어학과는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에브리타임 선배들의 조언들이 있어서 그나마 취업에 도움이 되는 사회복지학과를 택했다.
사회복지학과는 사회복지사 1급이라는 매력적인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의 학과’였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과 달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즉, 팀플이 하고 싶었다…. 나는 외롭고 고독한 상황이 싫어서 팀플을 그렇게나 좋아하나 보다. 그러고 또 한 차례 더 전과하려는 학과가 사회복지학과에서 지금 나의 전공인 청소년 관련학과로 바뀌었다.
내가 지금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사회복지학과로 전과하려면 80시간 이상의 봉사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즉, 다시 말해 사회복지학과로 전과하려면 1학년 1학기 때부터 봉사 시간을 피 터지게 채워야 했다. 그 당시 2학년 1학기 기준으로 단, 3개월 만에 사회복지학과로 전과하기 위해 봉사 시간을 다 채우기에는 비현실적이었다.
5월 말에 전과 전 지도교수님께 전과한다는 사실을 알렸고, 7월에 지도교수님과 면담을 하러 학교에 매일 같이 나갔다. 성적 증명서도 뽑았다. 전과 신청서와 전과 사유서를 성적증명서와 한데 묶어 예쁘게 정리하고, 어서 7월 11일이 되길 고대했다.
드디어 면접 보는 날이 되었다. 나는 그날 아침에 전과할 과인 교수님과 한 차례 면담 같은 면접을 보고 예쁘게 철한 문서를 가지러 전과할 학과사무실에 내러 갔다.
서류를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한 통의 이메일이 왔다. 확인해 보니 세상에!!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경영학과 탈출에 성공했다는 기쁨을 느꼈다. 마치 40년 동안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이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 일제히 광희(狂喜)에 겨워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날처럼 말이다.
나는 기쁨의 도가니에 한동안 빠져 살았다.
순간 내 마음에도, 1년 반 동안 억눌렸던 해방감이 용솟음쳤다. 그로부터 1주일 뒤에 학사행정서비스에 들어가 보니 정말로 학과가 바뀌어져 있었다.
그토록 원하던 경영학과 탈출을 했으니, 새로 전과한 학과에서는 내가 워낙 조용한 성격이기도 하고 여자애들이 많은 학과여서 친구를 별로 사귀지는 못 하였지만, 전과한 학과의 교수님의 도움과 친절하고 착한 학우들 덕에 새로운 학과 적응을 잘 해나가, 지금에 이른다.
그러니 독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일, 직업을 해 나가기 바라며, 학생의 경우 자신에게 원하는 학과를 선택해 나가길 바란다. 내가 원치 않는 길을 가고 있다면, 당장 멈추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서 다른 길로 떠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생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그 이정표를 정하고 힘차게 그 이정표대로 전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