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에게 아버지는 '슈퍼맨'이시다. 그러나 그 슈퍼맨은 영화에 나오는 슈퍼히어로와 다르다. 영화에 나오는 슈퍼맨은 초능럭을 태생부터 가지고 있어 모두의 히어로가 되지만, 아버지는 다르다. 빛나는 청춘을 바쳐 우리 가족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시느라 고생만 하셨다. 자기돌봄은 등한시한 채 가족 안위부터 살피는 존재가 바로 '아버지'라는 무게이다.
나는 영화속에 나오는 슈퍼히어로를 일절 존경하지 않는다. 왜나하면 아버지 자체가 나에게는 아직도 우리가족의 '슈퍼맨'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에게는 지금의 우리 가족과 우리집이 존속하게 해준 소중한 직장이 있었다. 바로 '홈플러스'는 아버지에게 그냥 직장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을 먹여살리는 든든한 요람과도 같았다. 때로는 아버지에게 제2의 집이 되어주기도 했고, 때로는 위로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싫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가끔 회식자리에서 만취해서 몽롱한 상태일 때는 엄마 속도 썩이는 줄 모르는지 아버지에게 속상했다. 아버지의 술 때문에 가족이 해체될 뻔 했다 , 그러나 지금 아버지는 많이 나아지셨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술을 한두어잔 마시는건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으로써 눈감아줄 수 있는건 당연했다 아니, 요즘은 아버지가 술을 드시는 모습을 상상하면 눈물이 난다. 몇 년째 회사가 우리가족을 떨어뜨려 놓고 있는데다가 옆에서 아버지를 케어해주는 엄마가 없다. 지금은. 오죽했으면 그 고독감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있었겠는가?
가끔씩 기러기 슈퍼맨 아버지가 가끔씩 나와 엄마를 위해 치킨을 쏘신다. 아버지 입장에서 자신도 이렇게 힘들면서도 처자식이 배고픈 꼴을 눈물 없이는 못 봤으리라...
아버지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셨다. 요람같은 홈플러스에서, 이제는 가세가 기울어가는 대형마트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은 우리들의 아버지이다. 가정을 지키고 식구들이 잘 살아야 힘이 나기 때문이셨을까? 그 때문에 더 힘든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동안 아버지의 힘듦에 외면해왔다. 아버지의 한숨소리를 외면했다. 나는 아직 철이 덜 들었다. 철이 들었다고 하려면, 아버지께 드시고 힘내라고 흑염소즙을 아버지 생신날에 사드려야 하는것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한숨이 깊어지기 전에 나는 아버지께 큰 선물을 해드리고 싶다. 아버지가 고생하신 만큼 그만큼의 보상도 필요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보상을 해드려야만 멀리떨어져서 기러기 가장 노릇을 하시는 아버지에게 큰 힘이 되어드릴 것 같다. 언젠가는 아버지와 엄마, 나, 형이 함께 살 날을 꿈꿔본다. 주말마다 나들이도 나가고, 외식도 자주 하고, 다른 가정이 충분히 누리는 것을 우리도 함께 더불어 누려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은 서로 의지하며, 동고동락과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성장하는 기초적인 집단이다. 나는 이를 충분히 누렸지만, 아버지는 결혼 이후로 그런 경험을 누리지 못하셨다. 매번 회사에서 타지로 발령나 회사가 우리 가족을 분단시켜놨다. 분단된 가족이 어찌하여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부디 아버지가 힘들어서 술 먹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혼자, 쓸쓸히 걸어오셨던 그 길을 이제는 함께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