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심리학

다른 관점의 심리학을 접하다

by 혜윰

이제 대학 생활도 1달도 채 남지 않았다. 입학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나는 이번 학기에 특별한 수업을 들었다. 타학과 수업인 '심리학의 이해'라는 과목이다. 이 과목을 들으면서 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바로 같은 학문도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심리학과에서 심리학은 융, 프로이드, 에릭 에릭슨등 익숙한 학자 이름이 나왔고, 상담기법, 이상심리등 사람의 마음 그자체에 대해 배웠다. 그런데 내가 이번 학기에 들은 수업은 달랐다.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방송영상학과 교양필수 수업이었기에 정치, 언론의 관점에서 심리학에 접근했다. 이 수업에서는 종전의 심리학과의 수업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확증편향' 이라는 개념과 '사후확신편향'이라는 개념부터 배웠다. 그 개념들을 내 머릿속에 넣는 순간, 내가 이때까지 믿어왔던 특정 이념이나 가치들의 질서가 흔들리면서 '내가 과연 특정 정보를 타당하게 잘 수용하고 있는가'에 관한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는 과목이어야 했다. 예정대로라면 내가 심리학과에서 공부했던 모든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어야만 했다. 그러나 내 예상이 빗나갔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져든 것이다. 확증편향이란 내가 특정 정보를 믿고 싶어하는대로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즉, 나는 심리학 과목을 배운다고 해서 다시한번 융, 프로이트와 만날줄 알고 수강신청 했는데 확증편향만을 맹신하고 실제로 익숙한 학자들이 안나온다는 걸 망각한 채 계속 그들을 기다리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야 만 것이다.

그래도 다른 학과 수업이였지만, 이 수업은 나름 재미있었다. 언론학 관점에서 바라보는 심리학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다른 학문의 관점에서 심리학은 경제, 정치, 법 등 인과관계가 있는 분야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마치 한 수업에서 2~4가지 분야를 한꺼번에 배우는 시너지 효과를 불렀다. 분명 심리학 수업인데 경제학 학자가 나오는 이유도 깊은 뜻이 있었을 것이다.

학문은 혼자 독존하지 않는다. 사람이 혼자가 아니듯이 학문도 다른 학문과 함께 얽어진다.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듯이 학문도 다른 학문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그 학문은 발전할 수 없고, 다른 학문과의 괴리가 느껴진다. 학문의 세계는 마치 복잡한 거미줄 같다.

그 과목을 배우면서 나는 다른 두 관점에서 같은 학문을 배우니 또다른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바로 내가 전공에서 배우는 전공과목이 그 학문의 전부가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심리학도 분명 심리학이다. 단지, 방송영상학이 정치적인 내용이 있어 이를 증점으로 수업을 하니 자연스럽게 융이나 프로이트같은 학자들은 안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심리학은 모든 분야에서 형통하다. 아니, 모든 과목이 모든 분야에서 형통하다. 심리학 기준으로 심리학이라는 과목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학문이기 때문에 사회과학 만방에 빠지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에서의 심리학은 소비자의 심리를 알아야 광고가 가능하며, 방송학에서의 심리학은 메스컴에서 떠돌고 있는 특정 사건에서 '여론'이라는 군중들의 심리를 파악해야 그들의 마음을 잘 울릴 수 있는 멋진 기사글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깨진 유리창 이론’도 크게 인상에 남았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은 깨진 자동차의 창문이 있고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군중이 집단으로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미 균열이 발생한 무질서는 체계가 붕괴되어 손을 쓸 수 없으니 이는 또 다른 무질서를 낳는다. 아프리가 같은 후진국을 생각 해보라. 이미 내전으로 무질서가 팽배해진 사회에서 어느 누가 타인의 인권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며, 어느 누가 남의 재산을 훔치지 않겠는가?

이 수업이 주는 교훈은 '세상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나무보다 숲을 보라'는 것이다. 편향되게 세상을 바라보면, 세계는 회색 사막에 불과하다. '회색 사막'이란 편향으로 인해 세계가 외곡되고 획일화되어 보인다는 의미로 내가 스스로 지어낸 비유이다.

나의 기억력이 좋지 못 한 편이지만, 이 수업 만큼은 지금도 수업 내용 중 다수가 기억에 남을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졸업해서도 새로운 심리학 개념들을 써먹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물론 많이 써먹는다면 나 스스로도 지혜를 겸비하고 있는 인재로 자부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이로써 23년 인생의 절반 이상인 16년간의 학창시절은 끝났지만, 언젠가는 내가 세상을 통달해서 지혜로써 나 자신을 다스리는 순간이 올 때 까지 나는 끊임없이 배울 각오가 되어 있다.

사람은 늘 배워야 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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