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의자>, 클로드 부종 글/그림.
유쾌하고 통쾌한 그림책
<파란 의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십 년 전쯤, 아이에게 읽어 줄 그림책을 고르다 발견했는데, 완전히 반해버렸다. 나는 지금도 <파란 의자>를 자주 본다. 그렇게 여러 번 봤는데도, 볼 때마다 변함없이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어쩜 이렇게 유쾌하고도 통쾌한지!
<파란 의자>, 클로드 부종 글/그림, 비룡소.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사막을 걷다가 파란 의자를 발견한다.
키 작은 친구가 샤부도, 큰 친구가 에스카르빌.
"의자네."
에스카르빌이 말하자, 샤부도가 덧붙인다.
"파란 의자네."
샤부도는 정확한 걸 좋아한다.
두 친구는 생김새도 성격도 다르지만, 어찌나 쿵짝이 잘 맞는지!
의자 하나 가지고 별별 놀이를 다 한다.
시작은 샤부도.
정확한 것만 좋아하는 친구인가 싶었는데, 웬 걸!
냉큼 의자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밑으로 쏙 들어가 웅크리고 앉는다.
"난 의자가 좋아. 밑에 들어가서 숨을 수 있잖아."
거기에 맞장구치는 에스카르빌.
"에이, 그 정도는 시시하지. 의자는 거의 요술이야.... 뭐든지 될 수가 있거든. 굴러가는 거나 날아다니는 거...... 그리고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도."
샤부도는 또 그걸 받아서, 한 술 더 뜬다.
"어, 그럼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상어를 조심해야겠네."
두 친구는 진짜 상어가 나타나기라도 한 듯 의자 위에서 무릎을 바짝 웅크린다.
두 친구의 놀이는 끝이 없다. 가게 놀이도 했다가, 의자 위로 올라간 샤부도가 에스카르빌만큼이나 불쑥 커지기고 하고, 야생동물을 길들이는 서커스의 조련사가 되었다가, 내친김에 서커스의 어릿광대가 되어 공중곡예를 돈다.
그때 저만치서 두 친구를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낙타였다. 사막에서 낙타 만나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팔짱을 낀 채 인상을 쓰며 바라보는 낙타, 딱 이런 표정이다.
"놀고들 있네."
낙타는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두 친구에게 다가가 빽 소리를 지른다.
"아니, 머리들이 어떻게 된 거 아냐! 뭐가 서커스야, 서커스는!"
우당탕, 콰당탕.
놀이 끝-!
이런 걸 산통 깬다 그러는 거지?
"의자는 말이야, 그 위에 앉으라고 있는 거야."
그러더니 낙타, 의자 위에 자리를 떡하니 잡고 앉는다. 그 와중에 다리는 왜 꼬는 건데! 무릎 위에 다소곳이 포개 놓은 손은 또 무엇?
아! 이런 디테일이 너무너무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샤부도와 에스카르빌의 표정은 또 어떻고!
"에이, 우린 가자. 이 낙타는 상상력이라고는 통 없는 거 같다."
에스카르빌이 샤부도를 잡아 끈다.
정확한 걸 좋아하는 샤부도, 가만있을 리가!
"그래, 거기다가 그냥 낙타도 아니야. 혹이 하나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단봉낙타야."
아, 어쩜! 어떻게 화내지 않고 이렇게 '멕일 수' 있는 거지?
꼬장꼬장 잘난 체, 남들도 다 아는 걸 아는 체, 상상력도 없고, 창의력도 없는 꼰대에게 일침을 가한다.
샤부도 만세!
그림책 낭독회에서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파란 의자>를 낭독하던 날,
이런 그림책을 소개하게 되어 정말 자랑스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멋진 친구를 소개하는 기분이랄까?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는데,
역시나 모두들 <파란 의자>에 반한 것 같았다.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흐흐.
낭독회는 20대 MZ세대부터 60대까지 연령이 다양해서
그림책을 낭독하고 나눌 때가 또 묘미이다.
서로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게 해 주고, 나이에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때로는 인류애마저 느껴지곤 한다.
모두들 낙타를 몰아붙이는 분위기에서 가장 젊은 20대 회원 한 명이 낙타를 감싸고 나섰다.
"낙타 너무 불쌍해요. 흑."
모두들 웃음.
그러고 보니 에스카르빌과 샤부도 뒤로 홀로 남겨진 낙타의 실루엣이 좀 짠하기도 하네.
낙타의 시선에서 샤부도 에스카르빌을 본다면 또 다르긴 하겠어.
낙타의 말로 써 내려간 <파란 의자>라니, 이거 완전 반전인데!
이래서 낭독회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