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존 클라센 그림/ 맥 바넷 글
두 작가의 콜라보, 두 친구의 삽질 이야기
존 클라센과 맥 바넷은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했다. 간결한 스토리, 심플한 듯 개성 있는 그림의 조화가 언제나 멋지다. 두 작가는 영혼의 단짝이라고 불린다는데, 정말 한 사람이 작업한 듯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린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는 두 작가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며 장장 5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시공주니어
그림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제목이 전부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판 이야기.
"월요일에 샘과 데이브는 땅을 팠어요."
나는 이 짧은 첫 문장에서 턱 하고 뭔가가 꽂히는 걸 느꼈다.
월요일에? 땅을? 팠다고?
이 책은 그림도 글도 여백이 많아서 문장은 천천히 읽게 되고 그림은 찬찬히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두 친구의 모습을 보니 어쩌다 그냥 시간이 남아돌아서 땅을 파는 게 아니다.
검은색 장화에 모자, 배낭, 강아지까지 데려온 걸 보면 작정하고 나선 게 틀림없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하루
"언제까지 파야 해?" 샘이 물었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을 때까지 파야 해. 그게 우리의 사명이야." 데이브가 대답했다.
두 친구, 뭔가 비장하다.
샘과 데이브는 자꾸자꾸 파고, 이리 파고 저리 파고,
아래로도 옆으로도 깊이 파내려 가지만,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내지는 못한다.
그런데, 도대체 강아지는 왜 데려간 거니?
강아지도 알고, 독자들도 아는 보석을 왜 니들만 못 보는 거냐고~?
땅 속 여기저기 박혀있는 보석을 용케 피해 가는 샘과 데이브.
강아지의 표정이 압권이다.
어떻게 눈동자 하나로 그렇게 강아지의 마음을 정확하게 그려내는지.
존 클라센의 귀엽고 익살스러운 그림이 좋다.
초콜릿 우유와 과자마저 떨어지고,
검댕투성이로 지쳐버린 두 친구는 털썩 주저앉아 까무룩 잠에 떨어진다.
그 순간에도 영특하고 바지런한 강아지는 자신의 보물을 찾아 삽질, 아니 발길질을 멈추지 않는데,
코앞에 묻힌 뼈다귀 냄새를 맡고 부지런히 땅을 판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강아지 코 앞에 있던 뼈다귀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끝 간 데 없이 추락한다.
뼈다귀를 파던 강아지도, 잠들었던 샘과 데이브도 함께.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며 샘과 데이브는 잠이 깨고,
강아지는 그 와중에 뼈다귀를 입에 물고야 만다.
얼마나 떨어졌을까?
셋은 부드러운 흙 위에 털썩 내려앉았다.
그 순간, 정신을 차린 샘과 데이브가 동시에 말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
두 친구는 초콜릿 우유와 과자를 먹으러 집으로 들어갔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하루였으니, 그걸로 됐다.
상상은 독자의 몫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분명히 땅을 파기 시작한 곳으로 떨어졌는데,
땅은 파헤치지 않은 채로 평평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게 바뀌었다.
지붕 위의 풍향계도, 화분의 꽃도, 마당에 서 있던 나무 열매도, 그리고 집 앞을 지키던 고양이의 목걸이도.
이게 대체 뭐지?
변하지 않은 것이라곤 샘과 데이브, 강아지뿐이다.
책을 덮을 때까지 꽃과 열매와 풍항계와 고양이가 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언뜻 보면 알아차리기 힘든데, 알아버린 독자들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미치도록 궁금해서 두 작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두 작가라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건 작가의 일이지만, 읽고 해석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죠. 맘껏 상상하세요."
우정이란 이런 것
그림책 낭독회에서 이 책을 함께 낭독하고,
잠이 깬 후의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일러주니 회원들의 반응이 딱 그랬다.
- 이게 대체 무슨 의미죠?
- 단순한 그림책인 줄 알았는데, 어려워요.
나는 알 듯 모를 듯한 이 그림책이 정말 매력 있게 느껴졌다.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롭다.
최근에 다시 읽으니 샘과 데이브의 우정이 새롭게 눈에 띈다.
데이브는 매번 제안하고 결정한다.
샘은 늘 데이브가 하자는 데로 따라간다.
둘은 함께 끝까지 땅을 파고 또 판다.
그리고 마지막에 동시에 소리친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
다르지만 기기 막히게 잘 통하는 두 친구.
그러니까 월요일에 함께 땅을 팔 수 있었던 거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월요일부터 함께 삽질할 친구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