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삽질한 이야기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존 클라센 그림/ 맥 바넷 글

by 올리브나무

두 작가의 콜라보, 두 친구의 삽질 이야기


존 클라센과 맥 바넷은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했다. 간결한 스토리, 심플한 듯 개성 있는 그림의 조화가 언제나 멋지다. 두 작가는 영혼의 단짝이라고 불린다는데, 정말 한 사람이 작업한 듯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린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는 두 작가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며 장장 5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8952780337_fl.jpg?RS=372&amp;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시공주니어


그림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제목이 전부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판 이야기.

"월요일에 샘과 데이브는 땅을 팠어요."

나는 이 짧은 첫 문장에서 턱 하고 뭔가가 꽂히는 걸 느꼈다.

월요일에? 땅을? 팠다고?

이 책은 그림도 글도 여백이 많아서 문장은 천천히 읽게 되고 그림은 찬찬히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두 친구의 모습을 보니 어쩌다 그냥 시간이 남아돌아서 땅을 파는 게 아니다.

검은색 장화에 모자, 배낭, 강아지까지 데려온 걸 보면 작정하고 나선 게 틀림없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하루


"언제까지 파야 해?" 샘이 물었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을 때까지 파야 해. 그게 우리의 사명이야." 데이브가 대답했다.

두 친구, 뭔가 비장하다.

샘과 데이브는 자꾸자꾸 파고, 이리 파고 저리 파고,

아래로도 옆으로도 깊이 파내려 가지만,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내지는 못한다.


8952780337_t10l.jpg?RS=372&amp;


그런데, 도대체 강아지는 왜 데려간 거니?

강아지도 알고, 독자들도 아는 보석을 왜 니들만 못 보는 거냐고~?

땅 속 여기저기 박혀있는 보석을 용케 피해 가는 샘과 데이브.

강아지의 표정이 압권이다.

어떻게 눈동자 하나로 그렇게 강아지의 마음을 정확하게 그려내는지.

존 클라센의 귀엽고 익살스러운 그림이 좋다.


초콜릿 우유와 과자마저 떨어지고,

검댕투성이로 지쳐버린 두 친구는 털썩 주저앉아 까무룩 잠에 떨어진다.

그 순간에도 영특하고 바지런한 강아지는 자신의 보물을 찾아 삽질, 아니 발길질을 멈추지 않는데,

코앞에 묻힌 뼈다귀 냄새를 맡고 부지런히 땅을 판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강아지 코 앞에 있던 뼈다귀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끝 간 데 없이 추락한다.

뼈다귀를 파던 강아지도, 잠들었던 샘과 데이브도 함께.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며 샘과 데이브는 잠이 깨고,

강아지는 그 와중에 뼈다귀를 입에 물고야 만다.

얼마나 떨어졌을까?

셋은 부드러운 흙 위에 털썩 내려앉았다.

그 순간, 정신을 차린 샘과 데이브가 동시에 말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

두 친구는 초콜릿 우유와 과자를 먹으러 집으로 들어갔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하루였으니, 그걸로 됐다.




상상은 독자의 몫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분명히 땅을 파기 시작한 곳으로 떨어졌는데,

땅은 파헤치지 않은 채로 평평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게 바뀌었다.

지붕 위의 풍향계도, 화분의 꽃도, 마당에 서 있던 나무 열매도, 그리고 집 앞을 지키던 고양이의 목걸이도.

이게 대체 뭐지?

변하지 않은 것이라곤 샘과 데이브, 강아지뿐이다.


책을 덮을 때까지 꽃과 열매와 풍항계와 고양이가 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언뜻 보면 알아차리기 힘든데, 알아버린 독자들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미치도록 궁금해서 두 작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두 작가라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건 작가의 일이지만, 읽고 해석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죠. 맘껏 상상하세요."


우정이란 이런 것


그림책 낭독회에서 이 책을 함께 낭독하고,

잠이 깬 후의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일러주니 회원들의 반응이 딱 그랬다.

- 이게 대체 무슨 의미죠?

- 단순한 그림책인 줄 알았는데, 어려워요.


나는 알 듯 모를 듯한 이 그림책이 정말 매력 있게 느껴졌다.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롭다.

최근에 다시 읽으니 샘과 데이브의 우정이 새롭게 눈에 띈다.

데이브는 매번 제안하고 결정한다.

샘은 늘 데이브가 하자는 데로 따라간다.

둘은 함께 끝까지 땅을 파고 또 판다.

그리고 마지막에 동시에 소리친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

다르지만 기기 막히게 잘 통하는 두 친구.

그러니까 월요일에 함께 땅을 팔 수 있었던 거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월요일부터 함께 삽질할 친구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꼰대에게 일침을 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