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 1780/933 볼티모어-휴스턴-라스베가스 탑승기 및 여행기 (1)
탑승 날짜: 2021/05/22
항공 편명: NK 1780, NK 933
기종: Airbus A321 / Airbus A320
출발 공항: 볼티모어 워싱턴 국제공항 (BWI) / 휴스턴 조지 부시 국제공항 (IAH)
출발 시간: 11:30 / 16:25
도착 공항: 휴스턴 조지 부시 국제공항 (IAH) / 라스베가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 (LAS)
도착 시간: 13:37 / 17:27
총 소요시간: 03:07 / 03:02
비행 거리: 1234 mi / 1220 mi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께 공유할 탑승기는 볼티모어에서 휴스턴을 거쳐 라스베가스까지 스피릿 항공을 이용한 여정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여행 규제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던 2021년 5월경, 저는 모처럼 배낭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제가 사는 워싱턴 지역에서 좀 거리가 있고,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이것저것 할 게 많은 곳을 찾다 보니 인생 처음으로 라스베가스를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지갑 사정이 여유롭지 않았던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알아보던 중 가장 저렴한 스피릿 항공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좁고 뒤로 젖혀지지 않는 좌석, 물 한 잔도 없는 서비스 등등 미국 내에서도 워낙 악명이 높아 예약이 망설여지긴 했지만, 당시 가장 저렴한 옵션으로 편도 요금 $155.18 (캐리어 가방 한 개 비용 포함: $39)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여행 출발 당일, 당시 살고 있던 볼티모어에서 경전철을 타고 볼티모어 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볼티모어 국제공항은 워싱턴 지역에 있는 3개의 대형 공항 중 하나인데요. 미국의 저비용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거점공항이라,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이용하여 다양한 곳으로 이동하기 용이해 현재도 자주 이용하는 공항입니다.
볼티모어 공항은 시내에서 경전철로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공항에 도착 후, 스피릿 항공 카운터에 가서 키오스크로 체크인을 한 뒤 게이트 앞에서 탑승을 기다렸습니다. 캐리어 가방을 티켓에 포함했다면 기내에 일찍 탑승할 수 있어, 그 점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따로 좌석 지정을 하지 않았는데도, 제가 선호하는 복도 좌석에 배정되어 기분 좋게 탑승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하니 얇은 두께의 좌석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항공사의 비행기를 탑승해 봤지만 이번처럼 얇은 두께의 좌석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키가 크지 않은 탓인지, 좌석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막상 좌석에 앉아보니 엄청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이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너야 한다면 곤란하겠지만, 그날 탑승했던 3시간의 여정은 괜찮았습니다.
음악을 듣고, 탑승하기 전 매점에서 사 온 간식을 먹다 보니 어느새 중간 환승지인 휴스턴 조지 부시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환승 시간이 대략 2시간 반이어서, 푸드코트에서 점심도 먹고 공항 내부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휴스턴 조지 부시 국제공항은 유나이티드 항공의 남부 지역 허브공항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이 여행 당시 처음 휴스턴 공항을 이용해 보았는데요, 스피릿 항공이 이용하는 게이트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 승객 수에 비해 의자가 부족해서인지 약간 도떼기시장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이용하는 지역은 좀 더 깔끔하고 쾌적할지 궁금해졌습니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제가 탑승한 비행기는 예정된 출발시간보다 30분 늦은 오후 4시 25분에 라스베가스를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휴스턴에서 라스베가스 갈 때 이용했던 비행기는 비행기의 낡은 도장처럼 기령이나 기내 상태도 볼티모어에서 휴스턴에 올 때 탑승했던 비행기보단 낡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좌석의 쿠션 상태는 훨씬 빵빵하고 좋았는데요. 덕분에 3시간의 비행 동안 훨씬 편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비록 다른 항공사에 비해 서비스나 좌석의 안락함은 부족했지만, 시간대가 맞고 원하는 장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다면 스피릿 항공이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항공권에서 비용을 아끼면 여행지에서 쓸 자금이 늘어나는 거니까요. 라스베가스에 오기 위해 3시간 정도의 비행을 2번, 환승 시간까지 해서 대략 9시간의 여정이었는데요. 제가 살던 지역과 시차도 3시간이나 나고, 9시간의 여정 후에도 같은 나라에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습니다. 미국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여정이었습니다.
긴 여정 때문인지 라스베가스에서의 첫날은 피곤해서 많은 일정을 소화하진 못했고, 미국 서부 지역에만 있는 유명한 햄버거 체인점인 '인 앤 아웃버거'를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햄버거가 햄버거겠지, 하고 별 기대 없이 먹기 시작했는데, 다른 햄버거 체인들과는 다르게 햄버거가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제버거 같은 느낌인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제 입엔 너무 맛있습니다. 이 때문에 라스베가스에 있던 3일 동안 매일 한 끼는 인 앤 아웃을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차 때문에 자연스레 눈이 일찍 떠졌습니다. 일찍 일어난 김에, 이른 아침부터 라스베가스와 근처 관광지들을 구경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라스베가스라는 도시의 이미지는 스트립(Strip)이라 불리는 화려한 빌딩들과 네온사인 그리고 카지노가 몰려있는 거리에 국한되어 있는데요. 라스베가스는 스트립 말고도 도시 밖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경관이 훌륭한 여행지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데스 벨리 국립공원이나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의 베이스캠프를 라스베가스로 삼으시는 여행객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그 두 곳까지 가기엔 시간이 촉박하여 라스베가스에서 한 시간 정도로 갈 수 있는 곳들로 일정을 짜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차를 빌려 먼저 간 곳은 후버 댐(Hoover Dam)이었습니다. 역대급 규모의 토목공사인 것도 유명하고 영화에도 꽤 여러 번 나온지라 라스베가스 방문객들이 많이들 찾으시는 관광지입니다. 후버 댐이 라스베가스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사막 한가운데에 댐을 짓기 위해 온 노동자들을 위한 숙소와 식당 같은 시설이 하나 둘 생기며 지금의 라스베가스가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라스베가스 시내에서 운전해서 대략 50분 정도면 후버 댐에 도착할 수 있는데, 가는 길에 보이는 끝없는 황야가 마치 서부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10시경에 후버 댐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댐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댐을 보면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하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이 이걸 만들었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건축물이었습니다. 황토색 절벽과 후버 댐의 물을 담고 있는 미드호 (Lake Mead)와 푸른 하늘의 색이 대비돼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인 관광지입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후버 댐 관광을 마치고, 라스베가스의 다른 관광지들을 둘러보기 위해 렌터카를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라스베가스에 있을 때 방문했던 다른 관광지들의 후기는 다음 여행기를 통해서 공유하겠습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을 쓰며 "무사히 도착했습니다."라는 짧은 문장을 쓰는데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비행기를 좋아하고 비행기에 관해서 글을 쓰는 입장에서 최근에 일어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는 제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