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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이티드 항공 타고 버몬트 가기

UA 1859 워싱턴-벌링턴 탑승기 및 버몬트/뉴햄프셔 여행기

by 홍머루

탑승 날짜: 2023/10/07

항공 편명: UA 1859

기종: Airbus A320


출발 공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IAD)

출발 시간: 12:30

도착 공항: 벌링턴 국제공항 (BTV)

도착 시간: 13:51


총 소요시간: 01:21

비행 거리: 441 mi (710 km)


어느덧 올 한 해도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최근엔 한차례 폭설도 있었고, 이젠 단풍이 다 져서 거리의 나무들은 앙상해졌지만, 지나간 가을을 추억하며, 작년 10월경에 다녀왔던 벌링턴(Burlington)으로의 비행/여행을 공유하려 합니다.


벌링턴은 미국 북동부지역에 있는 버몬트주에 있는데요. 생소하실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드셔보신 바몬드 카레나 에너지 드링크 구론산 바몬드의 "바몬드"가 버몬트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내에선 단풍이 이쁘기로 유명해서, 매년 가을 2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또한 버몬트는 깨끗한 자연에서 나오는 낙농제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 질 좋은 치즈, 우유,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유명합니다.


오늘의 비행루트입니다. 비행 거리는 대략 441마일/710킬로미터로 비행기로 채 1시간 반이 걸리지 않습니다.


저는 현재 워싱턴 근처 메릴랜드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이번 비행은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을 이용하였습니다. 규모 면에서 가장 큰 공항인 덜레스 국제공항이 유나이티드의 허브공항이기도 하고, 인천으로 가는 대한항공의 직항 편이 있어 자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메인 터미널입니다. 1962년에 지어졌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지금 봐도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날이 흐려 혹시나 연착될지 걱정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타고 갈 UA 1859편입니다. 미국 국내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종인 A320입니다. 출발 전엔 날이 개서 걱정이 좀 덜했습니다.

게이트에 도착하니 탑승 절차를 막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타고 갈 UA 1859편은 Airbus사의 A320을 항공기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하나의 복도를 가지고 있는 협동체 항공기로 에어 부산과 에어로케이와 같은 한국의 항공사들도 국내선, 국제선 가릴 것 없이 운용하고 있는 Airbus사의 베스트셀러입니다. 모든 승객이 탑승 후, 비행기는 엔진음을 뿜어내며 힘차게 하늘로 이륙하였습니다.


비행고도에 오르니, 승무원이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제공합니다. 옆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본인의 버몬트 여행 계획을 공유하며 말을 걸어옵니다. 간단히 서로의 일정을 공유하다 보니, 창문 아래로 붉고 노랗게 물든 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농장 같아 보이는 푸른 잔디밭과 대비되어 버몬트의 첫인상은 형형색색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구름이 짙게 낀 날에도 아름다운데, 맑은 날이었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는 버몬트 상공을 날고 있었습니다. 워싱턴 지역은 단풍이 하나도 안 들었었는데, 버몬트는 단풍이 예쁘게 들었네요.

흐리고 비도 오는 날씨였지만,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합니다. 버몬트주의 관문 역할을 하는 벌링턴 국제공항은 미국의 지방공항답게 아담했지만 가을의 버몬트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게이트에서 나온 후 바로 예약해 둔 렌터카를 수령한 뒤 단풍으로 이쁘게 단장한 버몬트와 뉴헴프셔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벌링턴 국제공항의 내부입니다.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된 지방공항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첫 일정으로 방문한 곳은 밴 앤 제리스 (Ben & Jerry's) 아이스크림 공장이었습니다. 버몬트에서 시작해서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된 밴 앤 제리스는 일반인들에게도 공장을 간단하게 구경시켜 주는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선 밴 앤 제리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많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투어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예약은 필수입니다.


공항에서 대략 30분 정도 운전했을까, 한적한 동네임에도 방문한 여행객들의 차가 많아 어수선했습니다. 투어프로그램은 밴 앤 제리스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정리한 짧은 영상시청과 공장 시설 소개 및 설명, 그리고 갓 만든 샘플 아이스크림 시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요.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면 다양한 기념품들과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매점도 있고, 공장 옆에는 지금은 단종된 밴 앤 제리스의 다양한 아이스크림 맛들을 유머러스하게 기념하기 위한 아이스크림 묘지도 있으니,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볼만한 여행지일 것 같습니다.

KakaoTalk_20241217_202318820_03.jpg 버몬트에서 탄생한 밴 엔 제리스 아이스크림의 생산시설들 중 한 곳이 아직도 버몬트에 위치해 있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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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된 밴 앤 제리스의 다양한 아이스크림 맛들을 유머러스하게 기념하기 위한 아이스크림 묘지. 저 묘지들 중엔 화석 연료 (Fossil Fuel)와 같은 해괴망측한 맛도 있었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공장을 나오니, 구름 가득했던 하늘이 비까지 매섭게 쏟아붓습니다. 원래 계획은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식당들이 모여있는 스토우 (Stowe) 지역을 구경하기로 했으나,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오늘은 예정보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비록 계획에선 어긋났지만 이 또한 여행의 매력이고 묘미라 생각하며 매서운 비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초행길을 조심스레 운전하며 나아갔습니다.


숙소에서 눈을 뜨니 흐렸던 하늘이 조금은 맑아졌습니다. 숙소로 예약한 곳은 버몬트에서 인기 있는 스키장인 제이 픽 (Jay Peak) 리조트였는데, 성수기인 겨울이 아니다 보니 저렴한 값에 숙박할 수 있었습니다. 커튼을 젖히고 발코니로 가보니, 형형색색으로 물든 숲과 언덕이 눈앞에 보입니다. 어제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멋지고 상쾌한 전경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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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광객들이 버몬트를 왜 가을에 방문하는지 알 수있었던 리조트 발코니 앞의 전경. 선명한 노랑빛/붉은빛으로 물들은 나뭇잎들은 이색적인 풍경을 선보였습니다.

리조트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오늘의 목적지인 뉴햄프셔주를 향해 렌터카를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가는 길에 잠시 멤프리마곡 호수(Lake Memphremagog)와 윌로비 호수(Lake Willoughby)에 잠깐 방문하여 아름다운 호수와 가을 단풍의 정취를 느꼈습니다. 바람도 불지 않아, 호수가 유난히 잔잔합니다. 넘실거리는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의 많은 생각과 걱정들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윌로비 호수는 아름다운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등산코스가 있어, 가을엔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아내와 는 다음 일정을 위해, 호수의 전경을 보고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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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프리마곡 호수의 전경. 주변에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산책로가 잘 구비되있어, 시간이 허락한다면 잠깐 방문해보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KakaoTalk_20241217_202318820_05.jpg 윌로비 호수의 전경. 카메라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절대 담기지 않았던 아름답고 웅장했던 호수의 모습.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아름다웠던 윌로비 호수를 떠나 대략 2시간쯤 운전했을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뉴햄프셔주에 워싱턴 산 (Mt. Washington)에 도착했습니다. 여느 산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산에는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도달하는 산악열차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대략 한라산 높이의 워싱턴 산 정상 (1,916.6m)까지 기차가 운행한다니, 누가 왜 여기에 기차를 만들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산 정상까진 운전해서 갈 수도 있으나, 길도 좁고, 꼬불꼬불해서 겁 많은 아내와 저는 열차 탑승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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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산 산악열차의 정거장. 사진에 보이는 열차를 타고 까마득히 보이는 산 정상까지 오릅니다. 기차 편도 운행은 대략 1시간 정도입니다.

산악열차의 정거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엔 차 댈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습니다. 봄이나 여름에도 인기가 많다는데, 아름다운 단풍까지 물든 가을엔 하루의 모든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아내와 저는 산악열차의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았습니다. 기차가 산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함께 탑승한 가이드가 이 지역과 열차의 소소한 정보들을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가이드의 설명보다, 창문밖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이 더 재밌어, 하염없이 창밖 풍경을 바라봅니다.


열차가 출발할 때는 숲 속을 가로질렀지만, 열차가 오르면 오를수록, 나무의 높이가 낮아지고, 정상에 도달할 때쯤 되면 나무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략 1시간의 운행 끝에 워싱턴 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열차에서 내리니, 입김이 나고 몸이 움츠려듭니다. 여행했을 당시가 10월 초였는데, 워싱턴 산 정상엔 눈이 보이고, 기온도 영하로 내려갔습니다. 이 오싹한 기온차가 놀랍지 않은 것이, 워싱턴 산은 낮은 기온과 강한 바람이 합쳐진 극한의 추위로 유명합니다. 한때는 체감 추위가 영하 78도로 기록된 적이 있다고 하네요.

KakaoTalk_20241217_202318820_12.jpg 산악 열차와 워싱턴 산의 전경. 짙게 낀 구름과 높은 곳에서 보는 산의 능선이 대비되어 웅장함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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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산 정상의 모습. 이곳까지 운전해서 올 수 있지만, 길도 좁고 꼬불꼬불하니 어느정도의 담력은 필요합니다.

산악 열차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오면, 산 정상에서 대략 1시간 정도 자유롭게 사진도 찍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요. 산 정상 휴게소 안에는 다양한 기념품들을 팔기도 하고, 핫초코 같은 따뜻한 음료 및 간단한 간식들을 사 먹을 수 있어, 1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저도 따뜻한 핫초코를 마시며, 웅장하고 비현실적인 워싱턴 산의 풍경을 계속 눈에 담았습니다.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예쁘게 물든 단풍과 멋진 자연을 구경하다 보니, 이번 여행도 눈 깜짝할 새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아쉽지만,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뉴햄프셔에서 다시 버몬트로 향합니다. 버몬트에 다시 돌아와 잠시 버몬트의 특산품인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는 농장 (Morse Farm Maple Sugarworks)를 방문하였습니다.


차를 세우고 문을 여니, 메이플 시럽 특유의 달달한 냄새가 장작 타는 냄새와 섞여 코를 진하게 자극합니다. 아내와 제가 방문한 농장도 이곳에서 200년 넘게 설탕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 메이플 시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버스가 여러 대 있는 걸 보면 버몬트를 찾은 단체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것처럼 보입니다. 아쉽게도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과정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농장의 기념품 가게와 주변을 간단하게 훑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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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시럽의 달콤한 향이 진동했던 모스팜 메이플 슈가웍스. 농장에서 같이 키우던 Rex와 James란 이름의 염소들.

가게 안에는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사탕, 쿠키 등을 비롯한 다양한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고, 무료로 메이플 시럽 시음회까지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제공해 준 메이플 시럽을 맛보니, 묽지만 맛이 진합니다. 시럽을 삼키니 입안에 은은하고 달달한 향이 맴돕니다. 옆에는 메이플 시럽맛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습니다. 오랜 운전으로 지친 아내와 저는 순식간에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해치웁니다. 농장 밖엔 작은 염소들 또한 관광객들을 맞이합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금세 여행의 마지막 일정도 끝에 도달했습니다. 그래도 여행의 마무리가 메이플 시럽 때문인지, 섭섭함보다는 달달함이 떠오른 채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벌링턴 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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