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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 1,

로랑생을 읽다

by 김명지


로랑생을 읽다


제발 품위를 지켜주세요

알코올에 젖어 씻지도 않고 나를 마중하다니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했던가

열여섯에 들은 그 말이

긴 세월 관계를 지배했었다


기다란 얼굴에 작은 두 눈

그녀의 자화상은 식은 사랑에 울지 않았다

머리에 꽂힌 흰 장미는

퇴촌 나눔의 집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햇살을 먹던

순이할머니 손등 위 배추흰나비보다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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