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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지 Nov 01. 2024

기억 7

밤의 파수꾼


밤의 파수꾼


너는 긴 밤을 날아 아침을 열었구나

검은 장막뒤에 앉아 누굴 기다렸느냐

너의 밤을 응시하며 나는 불을 밝혔지

네가 기다린 사랑과

내가 지운 사랑이

만 개의 별빛과 유일하다 믿는 하나의 달빛에 가려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로 날아간 것인가


때죽나무 아래 묻어둔 편지를 확인하는 아침

너는 아직도  빛을 가르며 기계음으로 나를 확인하는구나

점자로 남은 눈물과 한탄

울퉁불퉁한 시간을 새겨 넣은 철필

끝이 닳는지 모르고 꾹꾹 눌러 새긴 빛의 시간이

밤을 가르던 귀신새의* 통곡이 달려간 거리를 가늠하고

내일은 어떤 착각을 하며

오늘을 헤아릴까


날아간 네 울음

넓디넓은 모랫벌에 스며들어

나는 알고 누구도 모르는

통속적 사연으로 소멸되리라



*호랑지빠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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