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의 시작
암묵기억과 감정기억 속 나는 가정폭력 가정과 동시에 냉대와 무시 속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엄마에게 행사하던 폭행의 그날을 잊지 못한다. 묘한 분위기 속 아버지가 ‘방문 닫고 들어가 있어’라는 그 말 한마디에 언니와 나는 그 명령에 따랐다. 그리고 나는 그날, 그 방문 뒤로 숨은 나는 그 방에서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나와본 적이 없다. 4대가 사는 집안이었지만 그날의 폭행에 관해 그 어떤 누구도 그만하라고 말해주지 않았고 엄마의 폭행을 나를 포함한 가족 모두가 묵묵히 못 본 척 지켜만 보았다.
집 앞의 작은 교회로 도망친 엄마를 보고 그 길을 따라 나와 언니는 방문을 열고 도망쳤다. 엄마가 맞았다는 사실보다 내가 너무 무서워 엄마의 상처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단지 이 사실을 목격한 어른이, 그리고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에 상당히 안도를 했다. 그래서 아빠가 어떻게 때렸는지 무슨 상황이었는지 다급하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버지는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지 말라 큰소리치며 엄마를 데리고 갔고 나와 언니는 그날 발에 족쇄가 채워져 이끌리듯 아빠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의 엄마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없었지만 강압적이고 큰 목소리로 엄마와 우리에게 상처를 주었고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그렇게 그 사람은 우리 가정 안에서 그렇게 군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