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그리고 50
퇴사를 했다.
이직의 계획도, 앞으로의 계획도 없다.
막연히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작년부터 스멀스멀 머릿속을 떠돌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비슷하겠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없이 산다는 건,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런데 15년을 다닌 이 일상이 내 삶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게 어떤 건지,
나는 미처 실감도 못한 채 마지막 출근날을 맞이했다.
나는 여전히 바빴고, 그렇게 퇴근 시간은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오늘은 마지막 날.
나는 오늘 못한 일은 내일에 내가 해줄 거처럼,
오늘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약속에 지각한 사람처럼,
책상 위 마지막 물건들을 허겁지겁 가방에 쓸어 담고 퇴사 회식 장소로 가기 위해 회사를 뛰쳐나왔다.
내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대통령 선거일인 오늘 하루를 쉬고, 내일 출근을 준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겠지.
하지만 나는 지금,
퇴사한 지 4일째를 맞이한 백수다.